“망치 들고 쫓아간다”…감정노동자 보호법 5년 현장은?
[앵커]
누군가에게 콜센터는 "총알을 맞는 것 같은" 장소입니다.
수화기 너머 쏟아지는 험악한 말들이 총알처럼 마음에 박힌다는 겁니다.
콜센터를 비롯해 감정노동자에게 고통주지 말자고 법 만들어 시행한지 5년입니다.
그 동안 얼마나 달라졌는지 배지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콜센터 직원들에게 폭언은 여전히 일상입니다.
["아까 전에 ** 바로 전화하라고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전화하라 그래. 지금 바로 당장. 소송 걸 거니까.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제가) 아 입닥쳐 ** 진짜!"]
흉기 같은 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깊은 무기력에 빠집니다.
[민간 콜센터 노동자/익명 : "너 어디서 일하는지 안다. 너 콜센터, 망치 들고 쫓아가서 너 머리 깰 거다..."]
[김현주/민간 콜센터 노동자 : "(전화 상으로 저렇게 욕을 할 때) 그 사람과 저만 있는 공간에서 한없이 저희는 약자이고, 그리고 어떤 말도 들어내야 하는 (상담사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전화를 마음대로 끊을 수는 없습니다.
[민간 콜센터 노동자/익명 : "'고객님 계속 성희롱 하셔서 상담은 불가하여 정말 끊겠습니다'를, 세 번을 들어야지만, 욕설도 마찬가지고 (세 번) 들어야지만 (전화를 끊을 수 있어요.)"]
21년차 검침원 이기복 씨, 아직도 문을 두드릴 땐 두렵습니다.
[이기복/과장/전기 검침원 : "(연체되신 분은) 그 상황이 너무 기분이 안 좋으니까 계량기를 부셔 버리는…."]
["이 개**야 왜 만 사천 팔백팔십원이 나왔는지. 갖고 오라고. 내가 가지러갈까?"]
[조한남/지점장/녹취 당사자 : "(민원 전화 중) 술 마셨을 때가 거의 한 반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 전화 받기) 망설여지기도 하고, 언제 올까 노심초사하는 경우도 있었고."]
고객의 반복되는 폭언에도.
["할아버지도 잘 찾아왔는데 니가 왜 못찾아와! 자꾸 잘한 거지 잘한거냐고, **? 잘한거냐고?"]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마땅치 않습니다.
[배달 노동자/녹취 당사자 : "고객센터 답변은 그냥 고객한테 원칙을 고수해라. 당신 할 일은 음식 갖다 주면 되는 거다. 그거 외에 더 해줄 말이 없다."]
최근 조사에서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회사가 민원인 갑질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10명 중 3명은 아예 보호법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배지현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배지현 기자 나와 있습니다.
감정 노동자들의 고통과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만나보니 힘들어들 하시죠?
[기자]
리포트에서 '망치 들고 쫓아간다'는 말을 들은 콜센터 직원분은 일시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하세요.
폭언 스트레스가 그만큼 심한 겁니다.
충격적인 내용들이지만, 이 녹음을 들은 다른 직원들은 이 욕설, 협박들이 익숙하다고까지 했는데요.
그만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또 하나 궁금한건, '욕설이든 성희롱이든 세 번을 들어야 끊을 수 있다' 삼진아웃 부분.
저렇게 심하게 말하면 한 번만 들어도 끊을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기자]
그게 직원분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부분이었습니다.
대개 사업장의 메뉴얼에는 폭언이 반복돼야 응대를 멈출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관리자의 판단에 따라 전화를 끊을 수 있게 하고 있고요.
또 관리자가 '경고 메시지 말해도 된다'고 승인을 해줘야 고객에게 주의를 줄 수 있습니다.
마트나 백화점 직원이나 배달 라이더 같은 현장직들은 아예 무방비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현장에선 왜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걸까요?
[기자]
법에 과태료나 벌칙 조항이 있긴 하지만, 일이 발생한 뒤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업주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김종진/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이사장 : "사전적 예방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고 사후적 관리를 보완적으로 해야 되는데 기업과 회사들은 법은 시행됐는데 마지 못해,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리고 해야 되니까 라는 소극적 의미로 하고 있는 거죠."]
[앵커]
앞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기자]
감정노동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로 천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배지현 기자 (veteran@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단독] ‘이태원 클럽 집단 마약’ 사실로…경찰, 무더기 검거
- 전쟁 중 태어난 신생아 “분유 탈 물도 없어”…인도주의 재앙
- “국제법 지켜라” 요구 빗발…전쟁에도 지켜야할 선이 있다
- 성폭력 방치에 신체적·성적 학대까지…“지정 취소 검토”
- [단독] 현대차 출신이 현대차 하자 심의…심의위 운영 허점
- “망치 들고 쫓아간다”…감정노동자 보호법 5년 현장은?
- 영구임대 아파트에 페라리?…자격 어겨도 퇴거 유예에 ‘배째라’
- “인공눈물 4만 원 시대? 그렇지는 않습니다”
- 고결한 아름다움의 극치…‘국보급’ 백자 달항아리 공개
- 남편 폭행에 결혼이주여성 ‘뇌사’…“병원비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