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피해 아동, ‘쉼터 난민’ 내몰린다…시설 부족에 타 지역으로
작년 거주지 밖 이동 104명
“관할 다르면 지원에 어려움”
정부 시설 확충 목표치 미달
지난해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이 거주지가 속한 광역 시·도 밖에 있는 쉼터를 이용한 사례가 104건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10월 서울 양천구에서 발생한 입양아 학대 사망사건(일명 정인이 사건) 이후 정부가 학대피해아동쉼터를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목표치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학대피해아동쉼터를 이용한 아동 935명 중 104명이 아동의 주민등록상 소재지(광역 시·도 기준) 외 쉼터에 입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쉼터 부족’을 호소한 사례들이 종종 알려졌지만 원거리 쉼터 이용 아동 현황을 집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학대 피해 아동이 낯선 곳으로 이동하면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의 박영의 선임매니저는 “분리 보호 기간이 길어지면 아동이 전학을 해야 할 수도 있는데 ‘피해자’인 아동이 자신이 살던 곳이 아닌 곳에서 삶을 꾸려나가야 할 수도 있다”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선 아동의 원가정 복귀를 지원하는데 관할 지자체가 달라지면 아동 따로, 보호자 따로 이원화된 상담이 이뤄지면서 회복 지원에도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여아와 남아를 구분해 운영하기에 지자체에 여아 쉼터만 있으면 남아는 다른 지역을 찾아야 한다. 장기체류 아동 등으로 사는 지역 내 쉼터 수용 인원이 다 차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사례도 있다. 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쉼터 이용 아동 935명 중 퇴소한 422명의 9.7%(41명)는 1년 이상 쉼터에서 지냈다.
복지부는 2021년 8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아동학대 대응체계 보완방안’에서 당시 105곳인 학대피해아동쉼터를 2022년 140곳, 2025년 240곳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23년 8월 기준 쉼터는 136곳으로 지난해 목표치에도 미달한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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