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병원 참사에 세계 공분…이스라엘 책임엔 서방-아랍 온도차
서방 "민간인 공격 정당화 안 돼"…이스라엘 책임엔 '신중'
가자 병원 폭발 계기, 아랍 전역에 반이스라엘·서방 시위 확산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병원의 폭발 참사로 수백명이 사망한 데 대해 국제 사회가 일제히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나 대폭발 참사의 책임을 두고서는 아랍권과 서방이 온도 차가 큰 반응을 보였다.
아랍 국가들은 이번 폭격을 이스라엘의 '학살', '전쟁 범죄'라고 규정하며 반이스라엘 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곳곳에선 반이스라엘, 반서방 규탄 시위도 열렸다.
서방 국가나 인도주의 단체들 역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개탄했다. 다만 폭격 책임을 두고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아랍국가들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스라엘에 보복 경고
1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아랍 국가들은 병원 폭발의 책임을 이스라엘에 돌리며 맹비난했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고의적인 폭격으로 수백 명의 무고한 희생자가 생겼다면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이스라엘이 계속해 민간인을 공격하고 있다며 "모든 국제법과 규범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과 동맹국에 대한 보복을 경고하는 메시지도 쏟아졌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가자 지구 병원의 희생자들에게 떨어진 미국과 이스라엘 폭탄의 불길이 곧 시온주의자들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 사무총장도 서방에 가자 지구의 비극을 즉각 종식할 것을 촉구하며 "가해자들은 정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동맹인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병원 공격을 "학살"이라고 비난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18일을 "적에 대한 분노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튀르키예와 이라크도 이스라엘에 책임을 돌리며 전례 없는 폭력 종식을 촉구했고, 요르단은 이날 암만에서 열릴 예정이던 바이든 대통령과 요르단, 이집트, 팔레스타인 지도자의 4자 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다.
러시아도 가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과 회담한 후 "병원 공습은 끔찍한 사건으로 재앙"이라며 "가자 지구에서 일어난 비극은 분쟁을 끝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도 "민간인 표적" 비판…책임론엔 '신중'
서방 국가와 국제단체들도 민간인 희생에 규탄 목소리를 높이면서 책임자 규명을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 어떤 것도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고,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민간인 희생을 애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병원과 의료진은 국제 인도주의 법에 따라 보호 대상"이라며 "팔레스타인 민간인 수백명의 죽음은 경악스럽다"고 개탄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 대표도 "무고한 민간인이 가장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이 범죄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고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병원은 죽음과 파괴의 현장이 아니라 인간 생명을 보호하는 성역이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안을 냉철히 짚어보자는 신중론도 나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의원들에게 "모든 사실을 파악하기 전에 서둘러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정보기관은 독립적으로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신속하게 증거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어젯밤 너무 많은 사람이 알 아흘리 병원의 비극적인 인명 손실에 대해 성급하게 결론 내렸다"며 "잘못된 판단은 더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구이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부 장관은 "국제사회는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하고 하마스를 처벌해야 한다"며 명확하게 하마스를 겨냥했다.
아랍 전역에 반이스라엘·반서방 시위 확산…美·이스라엘 대사관 표적
이스라엘은 이번 가자 지구 병원 폭발이 자신들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랍 전역에는 이미 분노의 물결이 일고 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레바논 베이루트 외곽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18일 수백 명의 시위대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을 외치며 돌을 던지고 인근 건물에 불을 질렀다.
베이루트 주재 프랑스 대사관에도 수백 명이 모여 헤즈볼라 깃발을 들고 정문을 향해 돌을 던졌다.
레바논 내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은 레바논 여행 경보를 최고 단계인 '여행 금지'로 상향 조정했고, 프랑스 정부도 자국민에게 레바논에 가지 말라고 권고했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이스라엘 대사관을 습격하려 했다. 이들은 하마스 지지 구호를 외치며 이스라엘 대사관 폐쇄, 이스라엘과의 평화 조약 폐기를 정부에 요구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도 이날 새벽 수백 명이 영국과 프랑스 대사관 밖에 모였다. 이들은 프랑스 대사관 건물 벽에 계란을 던지며 "프랑스와 영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테헤란 중심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도 수천 명이 모여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 외에도 이집트, 리비아, 예멘, 모로코, 이라크, 튀니지, 튀르키예 등 아랍 전역에서 이스라엘과 서방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 곳곳에서도 가자 병원 폭발을 계기로 자치 정부에 쌓인 분노가 터져 나왔다.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전날부터 이틀간 가자지구 병원 폭발을 비난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전날 밤 라말라의 중심 마나라 광장에만 수백 명이 모여 마무드 아바스 자치 정부 수반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고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보안군이 최루탄과 수류탄을 발사해 양측 간 충돌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부터는 라말라, 나블루스, 헤브론, 제닌 등 서안지구 전역으로 시위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요르단에 갔던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전날 급거 라말라로 복귀했다.
전문가들은 아바스 수반이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안보에 대해 이스라엘과 협력한 데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가 분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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