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토부 자동차 하자 심의…‘법규’는 있으나마나
[앵커]
자동차 하자는 치명적 사고를 일으킬 수 있어서 정부가 확인한 뒤 제조사에 시정 명령을 내립니다.
법에 따라 제조사는 이런 사실을 차주에게 알리고, 무상수리도 해줘야 합니다.
이런 하자 여부를 따지는 곳,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안전·하자 심의위원회입니다.
기술과 법률 분야 등 민간 위원들이 주로 심의합니다.
위원회 출범 뒤 5년간 100여 건을 심의했는데, 40% 정도는 현대차 사례입니다.
그런데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규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대차 출신 위원들이 현대차를 심의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보담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2018년 출시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어, 어..."]
가속 페달을 밟았는데, 속도가 오르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3년 뒤 현대차는 제작이나 설계 과정에서 하자가 생겼을 때 수리를 통지하라는 법에 따라 무상수리를 결정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음성변조 : "컴플레인이 들어올 수 있잖아요. 울컥거려요, 그러면 저희도 확인해 보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겠네."]
그러나 이듬해 열린 국토부 위원회에선 하자로 봐야 할 근거가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제조사와 위원회 판단이 달랐던 겁니다.
당시 심의위원들을 살펴봤습니다.
21명 중 3명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출신, 또 다른 1명은 현대차에서 용역을 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이해관계로 얽힐 수 있어 심의에서 빠져야 한다고 법에 나와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5년간 위원회 구성이 3차례 바뀌었지만, 그때마다 20% 안팎의 위원이 현대차와 관련 있는 인사들로 채워졌습니다.
이 기간 심의대상으로 올라온 현대차 사례는 41건, 매번 최소 2명 이상이 위원으로 참석했고 70% 가까이는 제조사 하자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호근/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 "표결을 거쳐서 할 때 보면 대부분 한두 명의 목소리가 큰 사람의 의견을 아주 격렬하게 반대하는 사례는 별로 나오지가 않거든요."]
법에 따라 자신이 심사에 참석해서는 안된다는 걸 모르는 위원도 있습니다.
[당시 심의 참여 위원/음성변조 : "나는 기아자동차가 아니라 아시아자동차 소속이었는데. (기아자동차 자회사인 건가요?) 옛날에는 그룹사였죠. 저는 그냥 제척 사유라고 생각 안 하고."]
국토부가 이런 위원들을 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정재/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국민의힘 : "국토부가 오히려 문제가 있는 인사를 위원회에 위촉해서 위원회 본래의 목적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관련 법 개정을 통해서 철저한 인사검증이 필요합니다."]
국토부는 위촉 기준을 개선하고, 규정을 어긴 위원들은 해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보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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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담 기자 (boda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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