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간 이준석 “배신의 정치 저주를 풀어달라”
“보수 승리 위해 TK 변해야”
친윤계를 ‘탁란’에 빗대 비판
신당 창당 ‘명분쌓기’ 분석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사진)가 18일 대구를 찾아 “대구 시민들이 ‘배신의 정치’의 저주를 풀고 보수 정치의 스펙트럼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대구 남구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보수가 다시 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첫째 조건이 대통령께서 묵언수행의 저주를 풀어주는 것이라면, 두 번째는 대구시민이 만들어주셨으면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말에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인으로 지목했다고 해서 유승민 전 의원은 고향인 대구에서 7년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그 결과 보수는 스스로 스펙트럼을 좁혔고 선거 4연패는 자연스러운 결과였다”고 했다.
당장은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한 유 전 의원에 대한 저주를 풀어달라는 뜻이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당내 비판을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용인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가 최근 총선 100일 전인 12월 말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데 이어 보수 신당 창당의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뻐꾸기 새끼가 원래 둥지 주인의 알들을 밖으로 떨어뜨리고 자기가 새끼인 것처럼 하는 ‘탁란’을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수도권 젊은 세대에게도 보수 유전자가 있는데, 눈만 뜨면 배신자와 내부 총질러를 찾아다니는 뻐꾸기 같은 유사 보수에 밀려 둥지 밖으로 떨어지는 순간 선거 승리의 DNA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했다. 친윤계를 ‘뻐꾸기 같은 유사 보수’에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수도권 선거의 해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대구가 바뀌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 근거지인 대구·경북(TK)의 당심을 바꿔야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더해 만약 신당을 만들더라도 TK의 지지를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가능성을 묻자 “보수가 이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이해해달라”며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전날 저녁 MBC 라디오에선 “정당을 혁신하는 데 100일 정도가 마지노선”이라며 “(내년 총선) 100일 전이면 12월 말 크리스마스 이후”라고 말했다. 같은 날 유 전 의원이 CBS 라디오에서 “12월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선택할 것)”이라며 “신당은 늘 열려 있는 선택지이고 최후의 수단”이라고 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정치권에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 신당에서 고문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벌써 신당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도부 인사는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나가도 우리 당에서 빠지는 건 3~4%포인트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덥·백경열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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