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미국에 죽음을” 중동선 분노 폭발
아랍·이슬람 국가 시위 확산
이란 등선 서방 대사관 습격
헤즈볼라는 “분노 표출하라”
여론 업고 직접 개입 가능성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일어난 폭발로 471명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 레바논, 요르단 등 중동 전역에서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번지고 있다. 이 같은 중동의 분노 여론을 등에 업고 레바논 무장조직 헤즈볼라가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무장정파인 ‘이슬라믹 지하드’의 소행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인한 것이라며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순교자 광장에 집결해 이번 폭발이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자)의 공격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가자지구를 위해 우리의 피와 영혼을 바친다”는 구호를 외쳤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는 시위대 수천명이 모여 이스라엘 대사관 습격을 시도했다.
이스라엘에 지지를 표한 레바논 베이루트 주재 미국과 프랑스 대사관, 튀니지 주재 프랑스 대사관, 이란 테헤란 주재 영국과 프랑스 대사관 등 서방 국가 대사관도 시위대의 주요 타깃이 됐다. 이들 국가의 시위대는 팔레스타인 국기나 헤즈볼라 깃발을 들고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프랑스인과 미국인은 시오니스트 동맹들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분노는 팔레스타인의 안보에 관해 이스라엘과 협력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로도 향했다. 이 외에도 예멘, 모로코, 이라크, 튀르키예 등 아랍·이슬람권 다수의 국가에서 수많은 시위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도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한편 헤즈볼라는 “내일(18일)을 적에 대한 분노의 날로 삼자. 거리와 광장으로 즉시 가서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라”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가자지구가 파괴되고 사상자가 늘어날수록 헤즈볼라 지지자들 사이에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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