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번 봐도 안 질린다" 1할타자에 홈팬 열광! 괴력의 리드오프, 지터마저 제쳤다
필라델피아는 1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펼쳐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3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 4선승제) 2차전에서 10-0으로 승리했다.
흠잡을 곳 없는 승리였다. 애리조나 선발로는 과거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활약했던 메릴 켈리가 나섰다. 앞선 LA 다저스와 디비전 시리즈에서 6⅓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이끈 켈리지만, 이날은 필라델피아의 홈런 3방에 와르르 무너졌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필라델피아의 1번타자 및 지명타자로 출전한 슈와버였다. 슈와버는 필라델피아가 1-0으로 앞선 3회말 2사에서 켈리의 바깥쪽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걷어올려 우중월 솔로포를 기록했다. 그 순간 4만 5412명이 모인 시티즌스 뱅크에는 폭죽과 함께 필라델피아 팬들의 함성이 터지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6회말에는 아예 애리조나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켈리는 5회까지 솔로포 두 방 외에는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며 잘 버티고 있었으나,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슈와버의 그림 같은 솔로 아치에 무릎을 꿇었다. 켈리가 던진 4구째 시속 88.1마일 체인지업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하단을 노렸으나, 슈와버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고 공은 427피트를 날아가 시티즌스파크 좌중간 담장을 크게 넘었다.
결국 켈리는 터너를 볼넷으로 내준 후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았으나, 존 맨티플라이와 교체돼 마운드를 떠났다. 후속 투수들이 무려 3실점하면서 켈리의 최종 성적은 5⅔이닝 3피안타(3피홈런) 3볼넷 6탈삼진 4실점이 됐고 분위기는 완전히 필라델피아로 넘어갔다. 슈와버는 이후 한 개의 볼넷만 추가하며 3타수 2안타(2홈런) 2타점 1볼넷 3득점을 기록, 올해 포스트시즌 타율을 0.172에서 0.219로 올렸다.
MLB 네트워크에 따르면 슈와버는 이번 홈런으로 레지 잭슨과 함께 포스트시즌 좌타자 홈런 공동 1위에 올랐다. 60경기 18홈런으로 잭슨의 77경기 18홈런보다 빈도는 앞선다.
그동안 1번 타자는 콘택트가 좋고 발 빠른 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OPS(출루율+장타율)의 가치가 알려진 최근 야구 트렌드에서도 가장 잘 치는 타자들이 2번까지 올라왔을 뿐 1번 타자는 여전히 발 빠른 선수들이 대세였다.
슈와버는 통산 도루가 22개, 타율 0.227로 그 어디에도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올 시즌 108경기 502타석으로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많이 1번 타자로 나섰다.
이유는 그 두 가지 단점을 상쇄하는 선구안과 타격에서의 생산력이다. 내셔널리그 2위에 해당하는 126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108번의 홈을 밟았다(NL 공동 7위). 또한 그가 방망이를 휘두르면 절반 가까이 담장 밖으로 타구가 날아가면서 OPS형 타자의 전형을 보여줬다. 올 시즌 슈와버는 160경기 타율 0.197(585타수 115안타) 47홈런 104타점 108득점, 출루율 0.343 장타율 0.474 OPS 0.817로 메이저리그 최초 1할대 타율과 40홈런 이상을 동시에 달성한 타자가 됐다.
그리고 이 기세는 가을야구에도 이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통계 전문가 사라 랭에 따르면 슈와버는 이날 홈런으로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많은 홈런(4개)을 때려낸 선수가 됐다. 무려 2008년 필라델피아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 지미 롤린스(45)와 '미스터 노벰버' 데릭 지터(49)를 제친 기록이다.
NBC 스포츠 필라델피아의 캐스터 존 클라크는 "팬들은 슈와버의 홈런에 열광했고, 그 홈런은 팬들을 들뜨게 했다. 당신은 광란의 현장을 보고 있다"면서 찬사를 남겼다.
팬들 역시 슈와버가 포스트시즌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리드오프가 됐다는 소식을 전한 ESPN 스탯츠&인포의 공식 SNS에 "(슈와버의 홈런은) 백만 번 봐도 질리지 않는다", "이게 말이 되나"라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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