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깃밥 추가요’ 함부로 마라…‘2000원’이니까
쌀값 10년래 최고에 식당들 인상
자장면도 처음으로 7000원 넘겨
‘서민 삶 직결’ 음식 물가 줄상승
최근 2년간 식자재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지난 수년간 1000원대에 묶여 있던 공깃밥 가격을 2000원까지 올리는 식당이 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 프랜차이즈 식당의 메뉴판 가격표에는 ‘공깃밥 2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식당은 지난 3월 공깃밥 가격을 2000원으로 인상했다. 가게 주인 A씨는 “쌀을 주재료로 써야 하는데 쌀 가격이 감당되지 않았다”며 “지금도 쌀을 유통업자에게 조금 사고, 인터넷에 저렴하게 풀릴 때 대량으로 사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닭갈비 식당은 밥 한 공기에 1500원이었다. 식당 주인 B씨는 “추석을 기점으로 20㎏에 4만원대 초반이던 쌀이 이제 5만7000원 수준이다. 작년까지 양배추 세 알에 1만5000원 하던 게 이제 1만9000원이고, 치즈값도 올랐다”며 “공깃밥을 2000원으로 올리고, 다른 메뉴도 전체적으로 올리고 싶은데 손님들 반응이 신경 쓰여 못 올리고 있다”고 했다.
공깃밥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식당 주인은 쌀값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까봐 걱정했다. 중구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임동훈씨는 “요새 회사 식대가 많아도 8000원, 8500원 하는데, 음식값을 다 채우지 못해 나머지를 자비로 부담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깃밥 가격은 못 올린다”고 했다. 이곳 식당의 국밥 가격은 한 그릇에 9000~1만원 선이었다.
식당 주인들은 공깃밥 가격이 장기간 동결된 것과 전반적인 식자재값 상승을 공깃밥 인상의 원인으로 꼽았다. 쌀값도 많이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쌀 20㎏ 소매가격 평균은 전날 기준 6만1505원으로 1년 전(4만8952원)보다 약 20% 높다. 최근 10년간 쌀 가격 추이를 보면 1~9월 평균 쌀값은 2021년에 가장 높았지만 10월 쌀값은 올해가 20㎏짜리 한 포대에 6만1543원으로 가장 높았다.
박흥식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지난해 쌀 가격이 급락해 정부가 볍씨 90만t을 수매했고, 올해까지 그 물량을 풀지 않아 쌀 가격이 반등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지난 8월에는 나락(볍씨)이 부족한 현상도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공깃밥뿐 아니라 다른 음식 물가도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은 7069원으로 전달보다 77원 올랐다. 자장면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음식점 삼겹살 1인분(200g) 가격도 전달보다 103원 오른 1만9253원이었고, 냉면은 1만3000원대로 올랐다.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은 658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1% 올랐다.
윤기은·오동욱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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