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은 구청장에 ‘바로 문자 하랑께’… 주민 만족도 ‘쑥쑥’ [지방기획]
‘소통 핫라인’ 통해 민원·정책 제안
구청장이 직접 확인… 이틀 내 답변
은행보다 더 친절한 서비스도 눈길
18개 행정동, 4개 거점·연계동 나눠
수직구조 재편… 특화사업 발굴 다양
맨발 산책길·공유 주차장 조성 등
실생활 도움 ‘소확행’ 정책 큰 호응
“주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이죠.”
광주 서구의 민원 소통창구인 ‘바로 문자 하랑께’가 신속하고 정확한 처리로 주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최근 산책을 하던 A씨는 울타리가 녹이 슬고 넘어질 것 같아 ‘문자 하랑께’에 도움을 요청했다. ‘문자 하랑께’는 서구청장이 직접 보는 문자폰으로 주민과 소통 핫라인이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김이강 청장 지시를 받은 구청 도로팀은 현장을 확인하고 울타리를 전면 교체했다. 민원을 처리하는 데 걸린 기간은 10일에 불과했다. A씨가 제기한 민원은 사유지에 속해 대개 ‘처리 불가’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광주 서구가 까다롭고 복잡한 민원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던 데는 ‘동(洞) 중심의 생활정부’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광주 서구는 민선 8기 들어 시민들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동의 시스템과 기능을 주민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주민의 다양한 참여를 이끌어내고 주민의 아이디어가 사업이 되는 진짜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있다.
광주 서구는 18개 행정동을 4개의 거점동과 연계동으로 나눠 새로운 협업시스템을 구축했다. 지금까지는 구청에서 정책과 사업을 결정하면 동에서 이를 받아 실행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광주 서구는 이 같은 구청과 동의 수직구조를 바꿨다. 4개의 거점동(금호1동, 동천동, 치평동, 풍암동)이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각각 3~4개 연계동과 수평적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동이 거점동과 연계동의 수직구조로 재편되면서 다양한 마을의제와 특화사업 발굴이 가능해졌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동 중심의 주민자치 모델을 행정혁신사례로 선정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
광주 서구는 동마다 각각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담은 BI(Brand Identity)를 발굴해 이와 연계한 주민참여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동 단위로 BI를 활용해 중앙부처 공모사업에 잇따라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청춘을 발산하는 추억과 예술마을’ 양3동은 행정안전부 로컬브랜딩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다독다독 책마을’ 동천동은 전국에서 동 단위로는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 독서아카데미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힐링쉼터, 건강마을’ 풍암동은 치매안심마을로 선정돼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그린 웨이브(Green Wave), 감탄마을’ 치평동은 탄소중립 녹색도시 조성을 위한 실천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광주 서구는 지난 7월, 개청 이래 처음으로 일선 동에서 근무하던 동장을 4급 서기관으로 승진시켜 자치행정국장으로 임명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김이강 서구청장은 취임 후 동의 변화를 강조하면서 소통과 역량이 뛰어난 직원들을 동장으로 전면 배치하고 동장들이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을 주문했다.
◆청장-주민 핫라인 개통… 친절·신속 처리
광주 서구는 지난해 8월 구청장과 주민의 소통 핫라인 ‘바로 문자 하랑께’를 개설했다. 지정번호(010-3080-8249)로 생활민원과 정책 제안 등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구청장이 직접 확인하고 48시간 안에 담당부서 검토까지 거쳐 답변을 하는 시스템이다. 즉시 해결가능한 생활민원들은 현장 확인 및 후속 처리 후 답장에 결과를 안내하고 있다.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한 현안들에 대해서는 추후 처리계획을 상세히 설명해 주민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바로 문자 하랑께’ 시행 14개월째인 지금까지 2600여건의 문자메시지가 접수됐다. 생활민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최근에는 신속한 민원 처리에 대한 감사와 응원메시지도 늘고 있다.
광주 서구는 은행과 기업보다 더 친절한 행정서비스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한국표준협회 주관 한국서비스 품질지수(KS-SQI) 행정서비스 부문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광주 서구는 18개 동행정복지센터와 서구청 민원실을 대상으로 친절 컨설팅을 실시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 친절도 점수가 평균 67.5점에 그쳤던 반면 올해 상반기에는 점수가 83.26점으로 올랐다. 이는 시중 은행의 친절도 점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주민 소확행 정책 “통했다”
주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을 되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광주 서구의 ‘생활정부’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서구 맨발로(路) 조성과 공유주차장 사업이다.
요즘 맨발걷기가 대세다. 광주 서구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18개 동 전역에 맨발 산책길을 조성하고 있다. 이미 상무시민공원과 풍암호수공원 맨발로는 맨발 성지로 불릴 만큼 아침저녁으로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상무2동과 금호2동, 동천동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각 동에 지역의 특색을 담은 맨발로를 조성할 예정이다. 또 서구를 대표하는 금당산에 편도 4㎞ 이상의 맨발 십리길을 조성해 내년부터는 맨발축제도 개최할 예정이다.
광주 서구는 지역의 고질적인 민원인 주차난을 공유로 해결했다. 주차장 1면을 새로 조성하려면 최소 1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고 부지 확보와 공사 등에 2~3년의 시간이 걸린다. 광주 서구는 이처럼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는 주차장 건립사업 대신 기존 공간을 활용하는 공유방안을 선택했다. 낮에는 아파트, 야간에는 학교, 주중에는 종교시설 주차장을 개방해 지역민들이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광주 서구 관내 초등학교들이 주차장 개방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광주 서구는 소상공인에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소확행 정책을 통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골목상권 살리기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소상공인경영지원센터를 개소해 교육과 컨설팅, 특례보증 등 맞춤형 지원과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장사의신 아카데미’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과 매출 증대를 위한 전략 마련에 힘을 더하고 있다.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 “통합돌봄 복지정책 결실 골목상권 살리기도 매진”
김 청장의 구정 핵심은 주민들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18개 동을 돌면서 동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열린현장회의를 가졌다”며 “올 상반기에는 찾아가는 내곁에 구청장실을 통해 주민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소그룹 간담회도 했다”고 강조했다.
구정 철학에 대해 김 청장은 ‘소확행’이라고 답했다. 김 청장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이나 막연한 지역발전 청사진보다 주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책임지겠다”며 “골목경제를 살리지 않으면 서구의 미래는 없다는 절박함으로 소상공인 지원정책과 함께 골목상권 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취임 직후 소상공인들을 위한 특례보증 지원금을 30억원까지 확대하고 지난 3월에는 소상공인들에게 각종 정보와 교육,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종합플랫폼 소상공인 경영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서구의 복지정책이 전국의 복지 기준선이 됐다”는 김 청장은 “지난해 지역복지평가 4관왕을 수상하면서 통합돌봄의 선두 지자체로 자리매김했다”고 자평했다. 광주시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4월부터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시행하고 있다.
그는 또 “노인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추진한 천원국시 사업이 전국적인 화제를 불러오면서 양동에 이어 풍암동에 2호점을 개소했다”며 “양동1호점은 양동전통시장 활성화, 풍암동2호점은 나눔냉장고라는 각각의 특성을 살려 서구의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남은 임기 중점 사항과 관련해 김 청장은 “탄탄한 신뢰를 기반으로 마을중심의 자치도시와 골목중심의 경제도시, 사람중심의 복지도시, 생태중심의 안전도시, 행복중심의 문화도시 실현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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