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생 시작 축복해주고 싶었는데"...4명 살리고 떠난 예비신부

8월 사고로 뇌사 상태 20대 김건혜씨 
4명에게 심장, 간장, 좌우 신장 기증

지난달 7일 4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난 김건혜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결혼을 앞두고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2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났다.

1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에서 김건혜(27)씨가 4명에게 심장,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숨을 거뒀다. 김씨는 지난 8월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중 거센 물살에 휩쓸려 해양경찰에 의해 구조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김씨의 가족들은 "떠나는 딸로 인해 새 생명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 몸을 통해 계속 살아있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5월 상견례를 마치고 결혼식장과 신혼집을 알아보던 예비신부였기에 주변의 안타까움이 더 컸다. 김씨의 어머니 김보정씨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너를 축복해주고 싶었는데, 이제는 네가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겠구나. 천국에서는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래. 사랑해"라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 7일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김건혜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김씨는 전날 기증원 홈페이지에 있는 온라인 추모공간인 '하늘나라 편지'에도 딸에게 편지를 남겼다. 그는 편지에서 "너의 쨍하니 밝은 미소가 너무 그리워. 언니 꿈에는 놀러 갔다면서, 엄마한테도 좀 와줘"라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시간은 빨리 가는데 건혜가 엄마한테 오는 걸음만 느린가 봐. 느려도 되니깐 빨리 오려고 뛰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서 와. 엄마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라고 딸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남겼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