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줄세우기가 무너뜨린 공교육…수능 ‘이걸’로 바꾸면 된다는데
100점 맞는 학생 한 수업에
국민 45% “韓공교육 미흡”
교육 질 향상·입시 개편 順
사교육 광풍 해법으로 꼽아
열악한 대학경쟁력도 도마
“권역·기능별 통합을” 25%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B씨(48)에게 학원은 곧 학교다. B씨는 “교육열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동네에 살다보니 부모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많다”며 “학원을 안다니면 뒤쳐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B씨 자녀도 초중학교땐 사교육으로 선행학습을 했고,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도 대학입시를 학원에서 준비한다. 학교수업은 내신용으로 가장 뒷전이다.
학교와 학원의 ‘본말전도’로 인한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 광풍은 한국 교육의 현주소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78.3%, 주당 참여시간도 7.2시간으로 작년보다 높아졌다.
이때문에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신뢰잃은 공교육’(34.8%)이 꼽혔다. 과도한 사교육 의존도(22.7%), 불안정한 교육제도(16.4%), 대학서열화(16.1%)가 뒤를 이었다.
공교육에 대한 바닥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수업 선택권 확대와 수업방식 다양화’(25.8%)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그만큼 획일적인 현행 공교육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다. 수준별 수업은 커녕 학생들의 선택권은 아예 없는게 현실이다.
공교육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기초학력 보장 및 자기주도 학습 확대(23.1%), 대입 방식 개편(18.7%), 교원의 전문성 제고(15.3%), 특목고·자사고 등 학교 유형 다양화(12.7%)이 뒤를 이었다. 사실상 초중고 공교육에서 대학입시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교육 불만을 해소하지 않으면 사교육 문제는 해결이 요원하다. 마찬가지로 사교육에 대한 과도한 의존증 역시 공교육의 질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이번 조사에서도 과도한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대책으로 국민들이 ‘공교육의 질 향상’(35%)을 가장 많이 꼽은 것도 그때문이다. 대학 입시 개편 (25.9%), 사교육 카르텔 엄단 및 학원 불법 영업 단속 강화(12.8%), EBS와 수능 연계 강화(11.7%), 대학 서열화 완화(9.6%) 순으로 나타났다. 전 연령대에서 공교육 개선이 사교육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봤지만 30대에선 ‘대학입시 개편’을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공교육과 사교육간 우선순위가 뒤틀린 현행 교육현장의 난맥상을 바로잡기 위해선 입시제도 개편이 ‘필요조건’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도 용인의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B씨는 “대학서열화로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공교육조차도 대학 진학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입시제도 개편방안으로 국민들은 ‘수능의 자격시험화’(29.4%)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대학의 선발 자율권 확대(27.7%), 수능 과목과 횟수 다양화(26.5%)이 뒤를 이었다. 해마다 전국의 학생을 줄세우기 하는 현행 방식의 수능 입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초중고에서 벌어지는 살벌한 입시경쟁과 달리 대학의 경쟁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게 한국 교육의 또다른 병폐다. 대학경쟁력이 곧 인재경쟁력으로 연결되는 만큼, 주요국 대비 열악한 한국의 대학경쟁력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대학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는 ‘권역별, 기능별 통합 등 대학 구조조정’(25.1%)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교육부의 입시, 운영, 등록금 규제 완화(21.7%), 국립대 사립대 전문대 등 유형별 특화(17.4%), 대학의 선발 자율권 확대(16.5%), 정부의 예산 지원 확대(14.9%) 순으로 많았다. 대학가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자는 제언이다.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 3.09%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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