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수상한 하한가 …"통정매매 조사"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2023. 10. 1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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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주가조작 의혹 압수수색
모회사 대양금속도 연루 의혹
당국 "내부관계자 관여 조사"
'라덕연 사태' 때와 닮은꼴
"코스피200 편입 앞두고
차익 실현 쏟아져" 분석도

18일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의 하한가 사태에 대해 금융당국은 지난 4월과 6월 각각 8개 종목과 5개 종목이 거의 같은 시간대에 하한가로 향한 사건과 수법이 유사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공매도가 안 되는 종목 가운데 실적이 비교적 잘 나오는 장기 저평가 주식을 골라 주가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한때 신용잔고율이 16%에 육박했었다는 점도 당시 동시 하한가를 맞았던 종목들과 유사한 점이다.

앞선 주가 조작은 차액결제거래(CFD)가 가능한 계좌 등을 이용해 아예 MTS가 설치된 휴대전화를 맡기는 방식으로 통정매매를 하면서 주가를 서서히 끌어올린 사례다.

이번에 하한가를 기록한 영풍제지의 경우 코스피200 편입 이전에 차익 실현을 했다는 분석도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다. 하반기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 정기 변경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매도가 가능해지는 코스피200 편입 이전에 팔아치웠다는 이야기다. 영풍제지의 경우 하한가 기록 이전 시가총액이 코스피에서 164위였기 때문에 코스피200 편입이 유력했다.

그러나 다른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200 편입을 앞두고 공매도를 피하기 위한 차익 실현이라고 보기엔 코스피 시총 900위인 대양금속(영풍제지 최대주주)이 비슷한 시간 나란히 하한가로 떨어진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CFD와 인수·합병(M&A) 이후의 시세 조종을 의심하고 있다.

주가가 지난 4월 이후 꾸준한 우상향을 보였고 자산주라는 점에서 '라덕연 CFD 사태'를 연상하는 시각도 있다. 다만 라덕연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CFD와 관련한 조사·감독을 강화했고 영풍제지와 대양금속 모두 CFD 잔량이 많지 않다.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영풍제지와 대양금속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이유는 영풍제지의 주가 상승과 갑작스러운 하한가가 외부 작전 세력이 아닌 내부 관계자와 연관이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다. 대양금속이 2022년 영풍제지를 인수할 당시 인수자금 조달과 그 이후 영풍제지의 행보는 '무자본 기업 인수합병'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어 내부자가 개입된 시세 조종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이 높은 기업들은 대주주 물량이 쏟아져나올 가능성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에 작전 세력이 대주주와 교감을 했다고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영풍제지 인수 당시 1300억원의 인수자금을 거의 전환사채(CB)로 조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인수 전 영풍제지의 시가총액은 2500억원으로, 지분의 50.51%를 거의 경영권 프리미엄도 없이 인수한 데다 CB는 피인수 기업인 영풍제지가 취득한 것이다.

이후 영풍제지는 올해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무인항공기 등 신규 사업 진출 계획을 밝히며 여러 사업 목적을 추가했다. 2차전지 사업 진출을 선언해 올여름 2차전지 투자 열풍에 올라타기도 했다.

이는 과거 차입으로 기업을 인수합병한 회사들이 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발행해 거액을 조달하고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내부 거래용 계열사를 늘리거나 여러 사업 목적을 추가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올 상반기 주가가 오르자 영풍제지는 자사주를 블록딜하기 위해 여러 증권사를 접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급등한 시세 탓에 할인율을 높여도 매수 주체가 나타나지 않아 중단됐다.

한편 18일 하한가를 기록한 3종목 가운데 하나인 진시스템은 금융당국의 거래정지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불공정거래 관련 혐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제림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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