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판 N번방에' 올라온 잔혹 사진…화살로 고양이 쏜 20대男

'동물판 N번방'에 공유됐던 고양이 학대 장면.

동물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모습을 촬영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나경선)는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9)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월 충북 영동군의 수렵장 등지에서 야생 고양이에게 화살을 쏜 뒤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을 촬영하고 흉기로 목을 베었다. 또 같은 해 충남 태안군의 집 마당에서 참새 사체를 이용해 고양이를 포획 틀로 잡은 뒤 발로 차고 감금했다.

토끼 목에 상처를 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죽이는 과정을 촬영해 '고어 전문방'이라는 SNS 단체 채팅방에 올리기도 했다. 해당 채팅방은 야생 동물을 도살하는 등 학대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공유돼 '동물판 N번방'으로 불렸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 대해 어떠한 인도적인 고려가 없었다"면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범행 이후 동물 보호 활동을 한 만큼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당심에 이르러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아무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범행 경위와 동기, 방법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한 이유 없이 동물에게 고통과 함께 생명을 박탈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생명 경시적인 성향을 고려하면 재범 위험성이 낮다고 보기도 어렵다. 1심 선고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