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민주당 혁신은 문재인 정부 성찰로부터
다시 찾아온 혁신의 시간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크게 이겼다. 선거 후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차분한’ 변화 지시에 지레 주눅이 들어 변화는커녕 숨만 겨우 쉬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지지도는 오르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이것을 민주당이 잘해서 이룬 성과라고 말하지 않는다. 보궐선거의 승리도 민주당 스스로 말한 바와 같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패배이지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었다. 민주당이 혁신해야 하는 까닭이다.
윤 대통령의 폭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부진한 까닭을 밝히는 것은 오랜 화두였다. 민주당 대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고, 민주당이 용감하게 싸우지 않아서라는 진단도 있다. 민주당의 마음이 한데에 모이지 않아서 그렇다는 설명도 있다. 민주당이 집권했던 시기에 무너진 신뢰가 쉽게 회복되지 않아서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안을 찾아 성찰하고 혁신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의 지지도는 뜬구름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 후 그 원인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것은 패배 책임론과 맞물린 삿대질 소리에 묻혀버렸다. “졌지만 잘 싸웠다.” “이길 싸움이었는데 졌다.” 목청만 높이며 인상 비평 수준의 평가를 맴돌다 흐지부지하고 말았다. 책임 추궁 이전에 원인 규명을 해야 했는데 안타까웠다. 그 후로도 민주당은 몇 차례의 성찰과 혁신의 기회를 우왕좌왕하며 날려버렸다. 지금에야 비로소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져야 날개를 편다’라는 말처럼 침착하고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민주당의 혁신을 위한 성찰은 문재인 정부 시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촛불혁명으로 만든 정권을 어떻게 5년 만에 다시 내주게 되었나? 단순하지만 중요한 질문이다. 어떻게 문 대통령이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했으며, 윤석열이 어떻게 반대당 후보로 나가 대통령이 되었나? 민주당으로는 비극적이라 할 이런 현실의 원인과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평범한 국민이 가질 수 있는 상식적 질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시민연합과 탄핵 정치연합의 힘으로 만든 탄생 서사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였나?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의 상징을 정확히 해석했는지, 그 취지를 실현할 과제는 적절히 설정했는지, 그것을 구현할 판단력과 추진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는지, 제기된 질문이 적지 않다.
질문을 받는 쪽에서는 듣기에 아픈 곳도 있을 것이고 야속한 바도 있겠으나 ‘처절한 자기 부정 없이 부활은 없다’라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다. 냉정하고 엄격한 성찰은 ‘거듭나기’ 위한 필수 통과의례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정신의 무엇을 구현했는지, 무엇을 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용기 있는 고백이 필요하다. 그것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의 과거 잘못에 대해 고백하고 사과한 적이 있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지지율 상승에 순기능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민은 솔직한 지도자를 좋아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말에 진정성을 느낀다. 최근 문 대통령이 자신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사과한 것이 그랬다. 부동산 정책은 문 대통령 재임 시기 실패한 정책으로 손꼽히는 사례다. 문 대통령이 정책의 잘못과 모자람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사과하는 모습은 괜찮아 보였다.
국정 책임을 맡았던 시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민심에 신뢰를 구축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며, 민주 진보진영에서는 연대와 단결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민주당이 다른 정치세력과 좋은 정치연합을 생각한다면 지난 일에 대한 솔직한 성찰이 필수다. 그것은 단결과 연대의 초석이다. 민주당이 진보진영과 큰마음으로 힘을 합해 윤 대통령의 폭주와 반동의 흐름을 멈추어 되돌리고, 흔들리는 민주주의의 기둥을 추슬러 세우려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성찰은 꼭 필요하다. 물론 그것이 이전 정부에 책임 씌우기를 능사로 아는 윤석열 정부의 비겁자들에게 핑곗거리를 제공하는 건 아닐까? 라는 걱정은 있다.
윤 대통령은 특수부 검사 출신의 버릇으로 민주당의 솔직한 성찰을 피의자가 자백한 진술조서라고 흔들 소지가 다분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자기 성찰과 평가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반성과 고백은 국민을 향해 하는 것이지 윤석열 정부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민주당에 다시 찾아온 혁신의 시간이며 문재인 정부 성찰은 그 출발점이다. 전진을 위한 성찰과 혁신을 통한 통합은 민주당이 책임 있는 정치세력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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