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와 세수 구멍, 尹 정부의 딜레마 [아카이브]
대외변수에 물가 또 꿈틀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결정
갈수록 커지는 세수 구멍
감세로 인한 필연적 딜레마
윤석열 정부가 오는 10월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올해 말까지로 두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2021년 11월 유류세율을 낮춘 후 여섯번째 연장 조치다. 이대로라면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가 2년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라 에너지ㆍ공급망 중심으로 리스크가 재차 확산할 수 있다"면서 "10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ㆍ천연가스 유가연동보조금을 연말까지 한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정부가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과 국내 물가 등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 연장을 결정했다는 거다. 이에 따라 대외 환경이 변하거나 국내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기 전까진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할 명분이 사실상 없을 듯하다.
중요한 건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으로 정부 부담도 커질 게 분명하단 점이다. 우선 정부는 현재 세수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세수 재추계를 통해 전망한 올해 세수 부족분은 59조1000억원이다. 2023년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14.8%의 세수가 덜 걷힐 거란 얘기다.
반면 지난해 유류세 인하 조치로 줄어든 세금(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은 5조5000억원이다. 올해도 같은 규모라고 가정하면 세수 부족분의 9.3%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고물가 상황에서 무턱대고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하기도 사실상 어렵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은 이런 고민을 반영한다.
정부로선 답답할 노릇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세수 부족에 따라 추가경정예산(감액 추경)을 편성하라고 해도 "추경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방재정이 어려워질 거라는 지적에는 여유 재원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세수 부족의 원인이 법인세 감세 등 잘못된 세수 정책에 있다"는 숱한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에도 세수 정책을 변경할 생각은 아직까지 없는 듯하다.
건전재정 기조로 인해 국채발행은 하지 않겠다면서 대신 한국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한 누적금액은 총 113조6000억원이고, 그 이자만 1497억원에 달한다. 기재부는 하반기 경제 상황 개선에 기대를 걸었지만,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있다.
이렇듯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은 고물가를 감안하면 불가피한 결정이지만, 점점 더 커지는 '세수 구멍'은 걱정이다. 정부는 이 딜레마를 풀어낼 수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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