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미래] 동굴벽화의 화가가 깨어난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선사시대에 동굴 벽화를 그리던 창작자가 오늘날 다시 깨어난다면 말이다. 미술과 이야기의 발전에 놀랄 것이다. 무엇보다 창작물이 너무너무 많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2022년 한국 웹툰산업이 연매출액 1조5000억원이라는 기사를 보더라도 그 큰 숫자가 실감이 나지 않을 터이다(사실 나도 실감은 안 난다).
얼마 지나 걱정을 시작할 터이다. ‘옛날에 나는 주술사였다. 동굴 벽화를 그리면 사람들이 먹을 것을 주었다. 그런데 이제는 어떻게 먹고사나? 창작자가 이렇게 많은데.’ 창작자뿐이랴. 인공지능까지 그림을 그리는 시대다. 요 며칠 사이에 DallE3가 검색엔진 빙과 챗GPT와 결합, 입이 떡 벌어지는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선사시대 창작자(줄여서 선 작가)가 고민하며 나를 찾아온다면 뭐라고 대답을 드릴까? 평소 하던 말을 해야겠다. “이제는 작가가 브랜드가 되어야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개인 브랜딩을 위한 책을 골라드리겠습니다.” 선 작가는 부럽다는 듯 나를 쳐다보겠지. “어찌 그런 걸 아시오?”
그런데 사실 부러운 쪽은 나다. 선 작가가 부럽다. 그의 삶이 콘텐츠가 되고 브랜드가 된다. 자기 이야기만 풀어도 “깨어나 보니 1만년 후” 웹소설이 나올 거고 “매머드 잡던 썰 푼다” 유튜브가 올라올 거다. 현대 창작자와 또는 인공지능과 똑같아 보이는 그림을 그가 그리더라도, 그림에 담긴 의미가 다르다. ‘선사시대 사람이 이 시대에 주는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 모두 선 작가의 브랜드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 시대 창작자는 창작물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를 파는 사람이고, 창작자의 브랜드는 창작자의 인생 자체다. 독자와 관객이 창작물을 소비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창작자의 인생을 궁금해하게 만들어야 창작자가 산다.
내 앞에는 세 권의 책이 있다. 선 작가가 찾아온다면 권해드릴 책이다. 첫번째는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가 쓴 책 <포지셔닝>이다. 수십년 전에 나온 책인데 여전히 읽힌다. ‘만들어 놓은 물건에 대한 특별한 한마디를 심어야 한다’는 원칙이 여기 나온다. 일의 결과가 어떻게 고객의 머릿속에 자리매김할지에 관한 책이다. 두번째는 <원씽>이다. 게리 켈러와 제이 파파산이 썼다. 2012년에 영문판, 2013년에 한국어판이 나왔으니, 10년 남짓 된 책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한 가지를 잡아 거기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내 머릿속에 내 인생이 어떻게 자리할지에 관한 책이다.
둘을 이어주는 책이 있다. 세번째 책 <한 단어의 힘>이다. 에번 카마이클이 썼고, 지난달에 번역되었다(원서는 2016년). 책의 절반은 동기 부여라서 나는 건성으로 읽었고, 나머지 절반은 일과 삶, <포지셔닝>과 <원씽>을 이어주는 내용이라 재미있게 봤다. 내 삶과 일을 남의 머릿속에 한 단어로 집어넣으라는 내용이다.
이 책들이 여러분께도 유용할 터이다. 이 시대 자기 인생을 브랜드로 만들어 팔아야 하는 사람은 창작자만이 아니니.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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