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분야 낙수효과” vs “인기과목·지역쏠림 가중” [의대 정원 확대]

이정우 2023. 10. 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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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료계 엇갈린 전망
당국 “수도권 병원 간 경쟁 가열되면
지방으로 향하는 의사들 많아질 것”
의협 “늘어난 의사들 다시 서울 몰려
‘피·안·성’ 향한다면 결국 실패한 정책”
전문가 “단순 증원만으론 효과 없어
필수의료 쿼터 배정 정부 개입 필요”

의대 정원 확대는 의사들을 지방으로, 또 필수의료 분야로 향하게 할까.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른 시일 내에 현재 고등학교 2학년에게 적용되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늘어나는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줄었던 351명을 다시 정원에 포함하는 방안부터 1000명 이상 파격적인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전남에 의대 설립을” 삭발 시위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앞줄 가운데)이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전라남도 의과대학 설립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삭발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정부는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면 피부과, 성형외과 등 인기과들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 지원자가 늘어나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수도권 등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한 지역을 벗어나 지방으로 향하는 의사들도 늘 것으로 본다.

정부 관계자는 “필수 의료나 지방 의료체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절대적인 의사 수 자체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의대 정원 확대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일관된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를 올려 이 분야로 인력을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필수의료 기피의 이유 중 하나로 의료분쟁이나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이 늘어나는 것을 꼽으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늘어난 의사들이 다시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이나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으로 향한다면 결국 이는 실패한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및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단순히 인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지역 의료 확대를 위해서는 대학 선발 단계에서부터 지역 출신의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도 지역인재전형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인재전형은 대학이 소재한 지역의 고등학교 졸업자가 지원할 수 있는 대입 전형이다. 의대 진학을 위해 고등학교를 옮긴 뒤 의대 졸업 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2028학년도부터는 ‘비수도권 중학교 및 해당 지역 고등학교 전 교육과정 이수·졸업자’로 자격 요건이 강화된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는 “현재 지역 의과대학들이 시행하고 있는 지역인재전형을 대폭 확대하면 지방에 남을 확률이 적게라도, 단 5%라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교수(보건행정학) 역시 “평생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대학 졸업 후에도 터전을 옮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의사가 적은 지역의 대학에서 더 많은 정원을 가져갈 수 있는) 지역 할당제 등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필수의료분야 기피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필수의료과목 전공의 수련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과목별 전공의 이탈률 자료에 따르면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과목의 전공의 이탈률은 5년 만에 크게 늘었다. 흉부외과 전공의가 중도에 전공을 포기하는 이탈률은 2018년 6.3%에서 지난해 24.1%로 크게 늘었다. 산부인과의 경우도 같은 기간 5.8%에서 18.5%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소아청소년과는 5.6%에서 6.7%로 소폭 늘었다. 반면 인기과인 피부과의 경우 1.2%에서 지난해는 0%로, 성형외과는 4.5%에서 2.8%로 줄어들어 대조된 모습이다.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 쿼터 배정에 일정 부분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교수는 “의사들은 기·승·전·수가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수입이 좀 늘어난다고 해서 필수의료 분야로 가진 않는다”면서 “현재 각 학회에서 전문의 숫자를 조정하고 이를 정부에서도 존중하고 있는데, 결국은 정부에서 필수의료 인력에 더 많은 인원을 배정할 수 있도록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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