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탕후루가 국감 증인?

2023. 10. 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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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1993) -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건 탕후루야. 내가 유명한 배우가 되면 탕후루만 먹을 거야"

고된 극단 생활에 지친 어린 수련생들이 가출해 제일 먼저 찾은 건 달콤한 '탕후루'였습니다.

각종 과일을 꼬치에 꿰어 설탕과 물엿을 바른 뒤 굳혀 먹는 중국의 길거리 음식이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청소년의 설탕 과소비 문제를 짚어보겠다며 탕후루 프랜차이즈 관계자를 증인으로 국정감사장에 불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들이 진짜 국민의 건강을 생각해서 업체 관계자를 불렀을까 의문이 들거든요.

왜냐고요.

국회의원들이 탕후루를 문제삼은 이유는 탕후루에 너무 많은 당이 들어갔다는 건데, 당이 많은 디저트는 다른 것도 많거든요.

카페에서 파는 스무디와 에이드 등 음료만 봐도 탕후루보다 최고 8배, 빙수에는 더 많은 당류가, 제과 프랜차이즈 롤케이크, 아이스크림, 코카콜라 등에도 당이 넘쳐나니

"설탕이 탕후루에만 있냐, 그럼 다른 달달한 음료수와 과자 업체 사장들도 다 국감장에 불러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겁니다.

솔직히 어른들이 어릴 적 많이 먹은 달고나도 당 덩어리지만,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달고나가 선풍적 인기를 끌 때 "달고나 업체를 국감장에 부르자"는 말은 안 나왔었잖아요.

탕후루 업체를 국감에 불러 뭘 질문할까요.

왜 이렇게 달게 만들었냐, 국민 건강을 위해 덜 팔려도 덜 달게 해야하는 게 아니냐 같은 것을 물을까요.

그럼 이런 질문에 해당하는 업체가 대한민국에 어디 한두 개일까요.

물론 어린이와 청소년의 과도한 당 섭취는 자제해야하고, 또한 탕후루 같은 초가공식품은 중독성도 강한만큼 조심하는 게 맞지만, 마치 탕후루를 최악의 디저트인양 국감에까지 소환해 몰아붙이는 것보다는 진짜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어린이 기호식품의 올바른 식습관 지도와 같은 제도적 개선으로 접근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국정감사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의원이 누구를 불렀더라 회자 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관심은 좀 덜 받더라도 나라 살림에 더 긴급하고 중요한 일을 논하고 점검하는 자리어야 합니다.

오늘은 한 네티즌의 댓글을 소개해 드리며 마칠까 합니다.

'국민 건강 생각하는 척하면서 뉴스에 한 줄이라도 더 나려고 애쓰시네 일 좀 하시죠'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탕후루가 국감 증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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