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줄 서 있네"…직장인들 사이 '인기 폭발'한 이곳 [현장+]

김세린 2023. 10. 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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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물가 고공행진에 점심 '한식뷔페' 인기
사장 "최대한 저렴하게…'착한 가격' 지킬 것"
'가성비 맛집'에 호평…식권 여러 개 사가기도
점심시간을 맞아 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 인근의 한 한식뷔페가 직장인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점심 한 끼에 1만원을 넘는 곳이 늘어나자 직장인들 사이 '한식 뷔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음식을 양껏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대개 한식뷔페는 '무한 리필'로 운영되는 탓에 고물가 속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은 이들에게 반가운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키워드 분석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17일까지 한 달간 온라인상에서 '한식뷔페'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식뷔페에 대한 긍정 키워드가 82%를 차지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주 언급된 긍정 단어로는 '저렴한 가격', '가성비 좋다', '가고 싶다', '맛있다', '사람 많다' 등이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한식뷔페' 관련 게시물은 이날 기준 12만1000개에 달했다. 서울 강남과 여의도, 종로 등 주요 업무지구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은 저마다 괜찮은 한식뷔페를 추천하고 방문한 후기를 담은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엔 한식뷔페가 최고다", "한 끼 저렴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건 한식뷔페만 한 게 없다" 등 호평을 쏟아냈다.

한 한식뷔페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골라 담고 있는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18일 방문한 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 인근의 한식뷔페 여러 곳은 점심시간을 맞아 직장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법조타운 인근에만 14개가량의 한식뷔페가 모여있었고, 가게마다 손님이 계속 몰려들어 분주하게 새로운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직장인들은 각 한식뷔페에서의 '오늘의 메뉴'를 확인한 뒤 줄지어 배식받기 시작했고, 흡사 구내식당과도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여러 명씩 무리 지어 오거나 홀로 찾은 직장인도 많았고, 연령대는 2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했다.

이곳의 한 한식뷔페는 얼마 전 "생맥주까지 무한 리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직장인들 사이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사람들은 오전 11시 30분께부터 식사를 위해 긴 대기 줄을 서기 시작했고, 일부는 "또 줄 서 있네", "역시 더 일찍 와야겠다"라고 푸념했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조모 씨(31)는 "요즘 생맥주도 500cc에 5000원이 넘는 경우가 허다한데, 여기는 저렴해서 너무 좋다"며 "맥주 한잔하면서 한 끼 든든하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게 정말 큰 행복이 됐다"고 웃음 지었다.

이곳 사장인 박재주 씨(57)는 "요즘 같은 시대에 저렴하고, 맛있고, 무한 리필이라는 점이 인기비결이지 않겠나"라며 "법조타운에 있어서 법조인들도 많이 찾고, 맛집이라고 소문난 뒤로는 송파구 주민이나 서울, 경기 근처에 있는 직장인들도 멀리까지 식사하러 많이 온다"고 귀띔했다. 박 씨는 "지갑 사정이 어려운 직장인들을 위해 한식뷔페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물가가 더 올랐지만, 그런데도 최대한 저렴하게 제공하고자 '착한 가격'을 지키려 노력 중이다"라고도 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에도 한 한식뷔페가 대부분 만석인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인근의 다른 한식뷔페도 분위기가 비슷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낮 12시 30분께에도 줄지어 식권을 구매해가는 이들이 많았다. 홀은 대부분 만석이었다.

또 다른 한식 뷔페는 식사 후 커피 등 음료 메뉴도 무료로 즐길 수 있어 사람들의 발걸음을 불러 모았다. 직장인 박모 씨(38)는 "젊은 직장인들이 한식뷔페를 찾을까 싶었는데 막상 와보니 의외로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며 "고물가시대라는 말이 실감 나는 것 같다. 커피도 해결할 수 있다 보니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직장인에게는 안성맞춤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한식뷔페 대부분은 평균 8000원에 판매되고 있었고, 사장들은 "물가 인상을 견디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도 맛집으로 자리할 수 있었던 건 직장인들에게 '가성비 맛집'으로 꼽히기 때문이라는 게 사장들의 설명이다. 한 한식뷔페 직원은 "최근 가격이 올라서 '과연 손님들이 계속 많이 올까?'라고 걱정했는데, 여전히 다른 식당 대비 저렴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10~20장씩 식권을 구매해 계속 오는 분들도 많고, 그분들이 또 다른 주변 동료들에게 소개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 한식뷔페에서 직장인들이 음식을 담고 있는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인근 직장인 국모 씨(46)는 꼬깃꼬깃한 식권 여러 장을 보여주며 "일주일에 (회사에 출근하는) 5일 모두 한식뷔페를 찾는다"며 "주변에 있는 여러 한식뷔페의 식권을 장만해뒀는데, 원하는 대로 골라서 먹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직장인들에게는 매일 점심 메뉴를 뭘 먹어야 할지도 큰 고민거리 중 하나인데, 한식뷔페는 메뉴 선택의 귀찮음을 해결해준다"며 "요즘엔 식당 어딜 가나 백반조차 8000원은 기본인데, 그런 점에서 한식뷔페가 다른 곳보다 나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년=100)로 전년 동기 대비 3.7% 상승했다. 이는 전월보다 0.3%포인트(p) 오르고,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수치다. 이 기간 먹거리 지표인 외식 부문의 물가 상승률은 4.9%로, 전체 평균보다 1.2%포인트 높았다. 이로써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 이후 28개월째 평균을 웃돌고 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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