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없어졌어요"···내연녀에 연락 차단 당하자 '꼼수' 쓴 50대

연합뉴스

[서울경제]

내연녀에게 연락을 차단당하자 경찰에 “아내를 찾아달라”며 허위로 실종 신고를 한 남성이 입건됐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이와 같은 허위 신고로 인한 즉결심판 사례가 올해 1~9월 97건으로 지난해보다 42건 늘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사건은 지난달 14일 일어났다. 울산경찰청 112 상황실에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 "지금 집사람이 나가서 연락이 안 된다"고 신고했다.

신고자인 50대 남성 A씨는 자신과 다투고 집을 나간 아내가 몇 시간째 연락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경찰이 "혹시 (아내가) 차를 타고 나갔냐"며 번호를 묻자 A씨는 "앞번호는 잘 모르는데"라며 네 자리 번호를 불렀다. 이어 "집 주소를 알려달라"고 경찰관이 요청해도 A씨는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다"며 말을 얼버무렸다.

경찰은 A씨에게 집 주소를 확인해서 다시 연락 달라고 안내한 후 A씨의 아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여성은 신고자가 남편이 아니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A씨는 내연관계였던 여성에게서 연락을 차단당하자 행방을 알아내고자 남편 행세를 하며 거짓으로 가출 신고를 한 것이었다.

A씨는 경범죄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경찰력은 한정돼 있어 허위 신고가 늘어날수록 중요범죄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황당한 허위 신고 사례는 더 있다.

지난 4월에는 소방본부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와 소방 당국이 신고자 위치를 추적해 현장으로 갔더니, 경찰서 형사과 사무실이었다. 무전취식으로 조사를 받던 40대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119로 거짓 신고를 한 것이다.

지난 2월 새벽에는 집에 강도가 들어와 감금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관들이 출동했더니 신고자인 50대가 아무런 상황 없이 집 안에 편안하게 있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 모두 즉결심판에 회부했다.

즉결심판은 경미한 범죄(20만원 이하 벌금 등)에 대해 정식 형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는 약식재판으로 전과는 남지 않는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