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이닝·132승' 베테랑 엔트리 탈락…그의 가을은 이대로 끝일까

김민경 기자 2023. 10. 1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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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장원준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장원준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베테랑 좌완 장원준(38)이 와일드카드 결정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두산은 18일 장원준이 빠진 와일드카드 결정전 출전 선수 30인 명단을 공개했다. 17일 정규시즌 최종전 엔트리 33인을 기준으로 장원준을 비롯해 라울 알칸타라, 박신지 등 투수만 3명을 제외했다. 여기서 의외는 알칸타라 정도였다. 알칸타라는 막판 순위 싸움을 위해 16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6이닝을 던지는 바람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서기 어려워졌다. 휴식일이 부족한 탓이다. NC도 두산과 같은 사정으로 에이스 에릭 페디를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두산과 NC 모두 가장 강력한 카드를 제외하고 맞붙어야 하는 상황이다.

장원준은 지난달 확대 엔트리를 시행하면서 1군에 머물 기회를 얻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장원준이 왼손 불펜보다는 대체선발투수로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선발에 구멍이 날 때마다 한번씩 불러올려 기량을 점검했다. 그래서 올해 1군 등록일수가 64일에 불과하다.

그래도 없는 살림에는 보탬이 됐다. 장원준은 11경기(구원 1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5패, 41이닝, 평균자책점 5.27을 기록했다.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의 활약이 좋았다. 장원준은 지난 5월 2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이닝 70구 7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면서 꿈에 그리던 130승 고지를 밟았다. 2018년 5월 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개인 통산 129승 거둔 뒤 1844일 만에 추가한 값진 1승이라 장원준 개인적으로 더 큰 의미가 있었다.

130승 달성은 KBO 역대 11번째, 좌완으로는 역대 4번째였다. 37세9개월 22일로 좌완으로는 역대 최고령 130승 투수이기도 하다. 종전 기록은 한화 송진우로 2000년 7월 4일 청주 해태 타이거즈전 당시 나이 34세4개월18일이었다. 우완까지 통틀면 KIA 임창용(2018년 9월 29일 광주 한화전, 42세3개월25일) 다음인 2위다.

130승을 달성한 장원준은 거침없었다. 6월 6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5⅓이닝 1실점), 6월 13일 창원 NC 다이노스전(6이닝 무실점)까지 선발 3연승을 질주하며 통산 132승을 기록했다.

변화를 시도한 결과였다. 장원준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2군에서 시즌을 맞이하게 되면서 권명철 투수코치의 제안으로 투심패스트볼을 장착하게 됐다. 그동안 직구 구속이 130㎞ 후반대, 빨라야 141~142㎞ 정도 나올 정도로 떨어진 바람에 고전했는데, 투심패스트볼을 장착하면서 타자들을 속일 수 있는 새로운 조합을 찾게 됐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어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공략하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 장원준 허경민 ⓒ곽혜미 기자
▲ 장원준 양의지 ⓒ곽혜미 기자

그러나 풀타임을 뛰면서 빛을 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장원준은 국내 선발투수 곽빈이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차출되고, 또 다른 선발투수 최원준이 부진하면서 흔들릴 때 빈자리를 채워주긴 했으나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 자리는 없었다.

포스트시즌 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으니 이 감독과 코치진은 냉정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선발투수는 곽빈, 브랜든 와델, 알칸타라에 김동주, 최승용 등이 있어 장원준이 들어갈 곳이 없다. 김동주와 최승용은 때에 따라 불펜으로도 활용 가능한데, 장원준은 불펜으로 활용하기에는 공이 너무 느리다. 좌완은 최승용과 이병헌이 있으니 결국 장원준이 밀렸다.

장원준은 정규시즌 최종전이었던 17일 인천 SSG전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면서 패전(0-5 패)을 떠안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개인 통산 2000이닝을 달성한 것. KBO리그 역대 9번째 기록이다.

장원준은 롯데에서 2004년부터 2014년까지 뛰면서 258경기에 등판해 1326이닝을 던졌고, 2015년부터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188경기에 등판해 674이닝을 던졌다. 40년이 갓 넘은 KBO리그 역사에서 2000이닝을 넘긴 투수가 장원준 포함 9명밖에 없을 정도로 귀한 기록이다.

▲ KBO리그 역대 9번째 2000이닝을 달성한 장원준 ⓒ연합뉴스

132승과 2000이닝은 장원준이 그동안 흘린 땀과 선수로서 가치를 증명하는 기록이다. 그러나 당장 가을 무대에서 장원준이 설 곳은 없는 게 현실이었다.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매우 불리하다. 4위 NC에 1승이 먼저 주어지기 때문에 NC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2015년부터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도입된 가운데 지금까지 5위팀이 준플레이오프에 오르는 사례는 단 한번도 없었다. 두산이 새 역사를 쓰려면 1차전을 무조건 잡고, 2차전까지 이겨 2승을 확보해야만 한다. NC는 1승 또는 1승1무, 1승1패를 기록해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두산이 기적처럼 다음 시리즈에 진출한다고 해도 장원준이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하기 힘들긴 하다. 장원준은 일단 시즌을 접으면서 짐을 쌌다. 그래도 장원준에게 다음 시리즈라는 일말의 희망이 생길지 궁금해진다.

▲ 장원준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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