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친애하는 친구’ 시진핑-푸틴…習 "강대국 역할 구현해야"

이명철 2023. 10. 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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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모스크바 이어 베이징 회담, 10년간 40번 이상 만나
"공통 위협, 중·러 협력만 강화…중동·우크라 문제 논의"
시 주석, 일대일로 포럼서 “디커플링 반대한다”…美 비판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반년여만에 다시 만난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서로의 각별한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이들은 국제 정세의 화두로 떠오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관련해 미국을 비판하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중·러 동맹 체제를 강화하고 중동과 연대하게 되면 서방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차 만나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

“다시 만나 기뻐” 시진핑-푸틴, 힘찬 악수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막식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별도로 만나 정상회담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오찬을 포함해 약 다섯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시 주석은 회담에 앞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역사의 대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세계 발전의 흐름에 순응하기를 바란다”며 “시종일관 양국 국민의 근본이익에 기초해 양국 협력의 시대적 내용을 끊임없이 충실하게 하고, 강대국의 역할을 구현해 양국의 발전과 국제적 공평·정의 수호, 세계 공동 발전에 힘을 보태기를 원한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을 ‘친애하는 친구’라고 부르며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 또한 “지금 같이 어려운 시기에 긴밀한 정치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경제, 금융, 정치적 상호 협력, 국제협력체에서의 협업 등 많은 의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모두를 향한) 공통 위협은 중·러 간 협력을 강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시 주석이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아가 푸틴 대통령과 만난 지난 3월 이후 약 7개월만이다.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42차례 만나면서 깊은 협력·우호 관계를 발전시켜왔다고 중국 관영 언론은 전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이-팔 전쟁의 해결 방안이다. 러시아 국영통신 RIA는 양국 정상이 전쟁을 멈출 수 있는 방안에 논의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러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기도 하다.

중국은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이 분쟁을 키운다고 비판하면서 평화적인 분쟁 종식을 촉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중립적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편을 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시 주석과) 중동 상황을 아주 자세히 논의했다”며 “러시아는 항상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만들길 지지해 왔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집트 등 아랍권 국가들과도 비슷한 입장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집트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팔레스타인 민족의 정당한 권리 회복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서방 vs 반서방’ 신냉전 체제가 더 공고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시진핑과 푸틴의 만남은 격동의 순간에 미국과 다른 서방국에 대한 동맹과 파트너십을 보여줄 기회”라며 “중국·러시아·북한·이란이 한쪽에 서고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이 다른 한쪽에 서면서 지정학적 단층선(geopolitical blocs)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3차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일대일로 통한 국제협력 강조, 美 견제

중국의 핵심 정책인 일대일로 10주년을 맞아 시 주석은 협력국과의 연대를 과시하는 한편 미국의 견제 조치를 비판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열린 일대일로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는 일방적 제재와 경제적 억압,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반대한다”며 “갈수록 분열되는 세계에서 일대일로 협력이 정치화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세계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국제 협력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었다”며 일대일로가 개발도상국들을 빚더미로 몰아넣는다는 서방의 비판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시 주석은 150여개 국가와 30여개 국제기구가 참여한 일대일로의 성과를 설명하고 중국 국가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이 3500억위안(약 64조원)의 융자 창구를 개설하고 별도 기금 800억위안(약 15조원)을 증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유럽 간 정기 열차를 더 발전시키고 신규 유라시아 물류 채널, 육상·해상·항공 실크로드 건설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제안했다.

시 주석에 이어 푸틴 대통령도 연설했지만 이때 장 피에르 라파랭 전 프랑스 총리 등 일부 유럽 대표들은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일대일로는 러시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구상과 조화를 이룬다”며 “주요 국제 문제에 대해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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