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부동산정책 분석하듯 기후대응 기사 쏟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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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피디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을 하나 꼽는다면, 기후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보려 했던 '강지선 피디(PD)의 지구살이'를 제작했던 일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특집기사나 콘텐츠의 양은 이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지만,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기후 비상사태 앞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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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강지선 | 한국교통방송(TBN) 피디·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라디오 피디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을 하나 꼽는다면, 기후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보려 했던 ‘강지선 피디(PD)의 지구살이’를 제작했던 일이다. 자료를 찾아 대본을 쓰고 직접 출연하며 25편을 오롯이 혼자 만들어냈다는 자부심도 있고, 한국방송대상 작품상을 비롯해 귀한 상들을 많이 받았다는 성취감도 있기에 ‘강지선 피디의 지구살이’는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 프로그램이 잊히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청취자들의 반응 때문이다. 새로 알게 된 정보들이 유익하다는 긍정적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기후위기의 핵심에서 비껴간 반응들도 상당했다.
탄소중립, 위장 환경주의, 재생에너지 등의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런 정보를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느낌이었다. 탄소중립이나 수소 연료에 대한 주제를 다뤄도, 반응은 늘 ‘에코백을 사용하고 있다’거나 ‘재활용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겠다’거나 개인 컵 사진들을 자랑스레 인증하는 데 그치는 게 왠지 시원치 않았다. 그것 모두 중요한 일이지만,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한 핵심은 아니다. 재활용의 생활화나 일회용품 사용 자제만으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없고, 203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 1.5도 선을 지켜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환경연구원의 2022년 국민환경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2%는 티브이(TV)나 라디오, 신문, 온라인 뉴스 등 언론보도를 통해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환경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다는 의견은 13%에 불과했다. 반면 환경 정보가 부족하다는 의견은 37%로 충분하다는 의견의 약 세 배에 달했다. 해마다 국민의 기후위기 의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관련 정보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특집기사나 콘텐츠의 양은 이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지만,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기후 비상사태 앞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고 있다.
언론이 제공하는 기후위기에 대한 정보는 ‘비가 많이 온다’ ‘날이 너무 뜨겁다’ ‘꽃이 해마다 더 일찍 핀다’ 등에 그쳐서는 안 된다.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다른 나라에 견줘 우리나라의 기후대응은 어떤 상태인지, 우리나라의 기후대응정책으로 감수하게 될 경제적 손실이나 취하게 될 이득은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야 한다. 어떤 기업이 기후대응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지, 우리 정부는 기후 비상사태의 세계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보다 실질적이고 분석적인 정보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 마치 부동산정책 분석기사를 내듯 기후대응정책 분석기사도 쏟아내, 국민이 판단할 거리를 계속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 적어도, 누군가가 ‘재활용하고 일회용품 덜 쓰면, 그걸로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일은 다 했다’고 착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건 언론이 기후위기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강지선 피디의 지구살이’를 제작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청취자는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을 매주 언급했던 사람이다. 환경문제는 인구과잉 때문에 발생했으니, 인구수를 조절해야 환경문제도 해결된다는 입장이었다. 내 생각은 다르다. 문제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탄소중립 실천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다. 그 책임은 언론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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