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1호 혁신안 '막말 퇴출'로 하자 [현장메모]

김병관 2023. 10. 1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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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모습이 앞으로 한동훈 장관의 미래 모습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택 현관 앞에 흉기와 점화용 토치를 두고 간 홍모(42)씨가 지난 16일 법정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공동체의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갈등하되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자각이 있어야 한다.

시민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발언을 통해 사회 문제와 갈등 구조를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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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모습이 앞으로 한동훈 장관의 미래 모습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택 현관 앞에 흉기와 점화용 토치를 두고 간 홍모(42)씨가 지난 16일 법정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2년 넘게 나를 괴롭히는 권력자들 중 기억나는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찾아가 심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기간에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가 거리에서 유세를 하는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 측 선거운동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2건 발생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 중이던 지난달 국회에선 이 대표 지지자가 경찰에게 쪽가위를 휘두르고 자해 소동을 벌였다.

모두 근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일반 시민이 정치 현장 주변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회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은 대선 패배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2021년 의회를 무력으로 점거한 사건을 연상케 한다. 시민들이 사나워지고 있다는 징후고, 한국 민주주의가 나빠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민주주의와 폭력은 양립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이견이 가능해야 하는 체제다. 공동체의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갈등하되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자각이 있어야 한다. 상호존중과 관용의 자세가 전제돼야 민주주의자들의 갈등이라고 부를 수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발언권을 뺏고, 위해를 가하는 건 테러 행위다.

김병관 정치부 기자
시민들의 폭력이 있기 전 우리 민주주의가 먼저 정치인들에 의해 허물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책임이 크다. 우리 국회에서 막말과 고성은 일상이 됐다. 의원 개개인은 그 사람을 선출한 시민들의 대표자다. 상대 당 의원의 발언을 방해하는 행위는 이견을 가진 시민의 입을 틀어막는 것과 같다.

‘반국가세력’이나 ‘매국 정권’ 같이 상대를 상종 못 할 세력으로 규정하는 건 시민들에게 서로 싸우라고 부추기는 행위다. 시민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발언을 통해 사회 문제와 갈등 구조를 인식한다. 여야가 극언을 주고받으면 시민들도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야당 대표의 구속 여부를 두고 여야 대결이 극심한 사이에 시민들의 정치적 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혁신 경쟁을 벌이는 여야에게 ‘막말 정치인 퇴출’을 혁신안 1호로 삼으라고 제안하고 싶다. 말이 좋아지지 않고 우리 정치가 좋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민주주의를 극한 갈등 속으로 몰아넣고 평화로워야 할 시민들의 정치 생활을 위협한 장본인들이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이기도 하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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