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불행한 역사 끊어야"한다면서 김의철 사장 해임까진 문제 없다고?
[2023 과방위 국정감사]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 KBS라디오 관련 "검열해야"…민형배 민주당 의원 "공영방송 불행한 역사 군사독재서 시작, 국힘 정권에서 계속"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정권교체기 KBS 이사·사장 해임 등을 두고 “역사의 반복은 정말 불행한 것”이라면서도 현 정권에서의 논란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및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 사례들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KBS가 편파적이라는 주장을 높였다.
장제원 의원은 17일 국회 과방위의 KBS 국정감사에서 김덕재 KBS 부사장(사장 직무대행)에게 “김의철 전 사장 해임 문제나 최근 KBS 이사진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솔직히 말해달라”고 했다.
김 부사장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매우 불행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하자 장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해임된 강규형 전 KBS 이사, 고대영 전 KBS 사장 사례 등을 거론했다. 강 전 이사는 2017년 12월, 고 전 사장은 2018년 1월 해임됐으나 해임무효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최근 확정된 고 전 사장 해임 취소 판결문에선 정권 교체 후 여권 우위로 KBS 이사회가 재편된 뒤 KBS 사장이 해임된 구조가 지적됐다. 현 정부에서도 KBS 일부 이사진 교체와 사장 해임 및 신임 사장 공모 수순이 이어지고 있다.
장 의원은 이날 “정치권력도 첫 번째 문제라고 생각한다. 늘 대통령이 취임하시면 방송 장악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사장, 사장 해임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앉힌다”고 말한 뒤 “두 번째는 KBS, MBC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 맞먹는 파벌과 극단적인 대립으로 내부에서 어떤 사장이 올라오면 반대파 전부 숙청해서 아이스링크 보내고 조명실 보내고 그런 행동을 하는 KBS, MBC 공영방송 내부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이스링크'는 2014년 당시 안광한 사장 재임기 이후 MBC에서 시사교양 PD나 언론노조 MBC본부 파업에 참여한 아나운서 등을 신사업개발센터로 보내 스케이트장 관련 업무 등을 맡긴 일, '조명실'은 배현진 현 국민의힘 의원이 2018년 MBC 퇴사 전 대기발령 상태로 머물렀던 사무공간을 “조명창고”라 칭한 일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장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이렇게 이사장, 사장 해임했더라도 제대로 공정방송을 했다면 오늘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지 않겠느냐”면서 유튜브 'KBS 1라디오 채널'에 게재된 일부 영상들 썸네일을 제시했다. 일례로 6월29일 '최영일의 시사본부' 영상 썸네일을 두고 장 의원은 “'문 대통령은 간첩' 이렇게 (자막을) 해놓고 대통령 사진을 크게 박는다. 우리 대통령께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간첩이라고 발언한 적 있나”라며 “이렇게 하니까 정치 권력이 바뀌면 어떻게 해야 되겠나”라고 했다. 당시 썸네일엔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의 “문재인이 간첩” 발언, 이틀 뒤 한국자유총연맹 창립행사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종전선언 관련해 언급한 “반국가세력” 발언 관련 자막이 “협치는 끝났다!”라는 문구와 함께 적혀 있다.
이어서 장 의원은 “역사의 반복은 저도 정말 불행한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역사적 반복을 끊기 위해선 내부 구성원들이 철저히 반성하고 새로운 사장, 부사장,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정치부장 만들어지더라도 국민 바라보고 공정방송을 했다면 정권이 바뀐 다음에 이런 일이 벌어지겠나”라고 했다.
장 의원은 이처럼 “불행한 역사의 반복” 책임을 공영방송 구성원 문제로 돌리고 전임 정부에서의 일을 거론하면서도,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집권했던 시기(이명박·박근혜 정부) 공영방송 경영진 해임 및 교체와 부당노동행위 등 언론탄압 논란,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 불거진 공영방송 이사진·사장 해임과 KBS 사장 공모 과정에서의 '낙하산' 논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본인 발언을 마친 장 의원이 관련 '소회'를 묻자 김 부사장은 “KBS 구성원이 완전하지 않은 점을 양지해주기 바란다. 저희도 사실은 원래부터 이렇게 갈라져있거나 극단적이진 않았다”며 “이 역사가 2000년대 초반, 2008년부터 만들어진 역사라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극단적 상황이 반복되면서 내부 알력도 극단화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 공방이 그대로 내부에서 재현되는 듯한 모습도 가끔 있다. 바깥과 내부가 서로 같이 호흡하면서 움직이는 기이한 현상도 가끔은 목도 된다”며 “매우 가슴 아픈 일인데 노력은 했지만 그 부분을 충분히 시정하거나 건설적으로 바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KBS가 편파방송을 한다고 주장해온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이날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비판적으로 언급한 사례를 들어 “이런 자격미달인 자들이 개인 유튜브 방송도 아니고, 이런 방송을 하면 검열해야 되는데”라고 발언해 '검열을 하자는 것이냐'는 야당 의원들 비판을 샀다.
김 의원은 또 “사회적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편향된 진행자를 앞세워서 편파 방송을 하고 정권 바뀔 때마다 방송 권력을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악다구니를 치고 이래야 되겠나”라며 “뉴스와 방송의 진행자와 토론자에 대해서 엄정한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방통위가 룰을 만들 것을 간절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김 의원 질의 직후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번 김의철 전 사장 인사청문회 당시 김 사장에게 부탁했던 말이 있다. 제발 정권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사장 한 번 해보시라고. 그런데 결과적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또 쫓겨나가는 사장이 됐다는 데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아까 장제원 위원장께서 말씀하신 것, 김병욱 의원께서 말씀하신 것들이 구현됐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을 함께 표한다”고 덧붙였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공영방송의 불행한 역사가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부터 시작됐다. 그 이후 국힘(국민의힘) 계열 정권이 들어서면 또 계속된다. 이걸 바로잡는 과정이 있었는데 왜곡이 된다. 그러면서 '편파방송 프레임'을 계속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김 부사장 상대로 한 질의를 통해 “시사주간지 조사 결과 KBS와 MBC가 영 영향력 2년 연속 1, 2위다. 미디어 신뢰 조사도 MBC, KBS가 4년 연속 1, 2위다. 공영방송 기초는 갖췄다고 봐야 되겠다. 편파방송 아니지 않느냐”며 “정부여당이 '가짜뉴스' 생산에 골몰하면서 방송을 자신들 입맛에 맞는 쪽으로 순치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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