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친구’ 헌재소장 지명, 독립성·1년 임기 우려한다

2023. 10. 1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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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다음달 10일 임기가 끝나는 유남석 헌재소장 후임에,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18일 지명했다. 대통령실은 “뚜렷한 소신과 해박한 법률지식으로 법치주의 실현에 기여해왔다”며 지명 이유를 밝혔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 지명자가 과연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 기본권을 지킬 수 있는 적임자인지 면밀히 검증해 인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 지명자는 2018년 자유한국당 추천 몫으로 임명된 보수 성향의 헌법재판관이다. 지난 7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심판 때 주심을 맡아,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을 탄핵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는 다수 의견을 냈다. 최근 몇년 사이 헌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비롯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여야의 정치적 운명을 가르는 굵직굵직한 판결을 내렸다. 지난달에는 대북전단금지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하기도 했다. 보수·진보 진영 간 갈등이 더욱 격화한 현 정치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헌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헌재 수장 자리에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이자 친구인 이 지명자를 내세운 것은 여러모로 우려케 한다. 대통령실은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닌 것 같다”고 답변했지만,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지난 6일 윤 대통령의 ‘친구의 친구’인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는 이유로 국회 임명동의를 통과하지 못한 전례가 있지 않은가. 이 지명자는 헌재 독립에 대한 분명한 소신과 구상으로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이 지명자 임기도 논란을 부른다. 관행상 이 지명자는 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내년 10월까지만 재임이 가능하다. 그 뒤엔 윤 대통령이 새 소장을 지명하든지, 이 지명자를 다시 헌법재판관에 연임시켜야 한다. 대통령실은 “연임은 그때 가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답변했는데, 이런 모호함은 또 다른 정치적 시비를 야기할 수 있다. 헌재에서는 그간 소장의 단임이 관행이 돼 왔다. 연임 여부를 놓고 여야 간 갈등을 촉발한다면 헌재 자체의 독립성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설사 이 지명자가 내년에 퇴임하더라도 윤 대통령 임기 중 소장을 2번 임명하는 것도 헌재 위상을 흔드는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가 된다.

윤 대통령은 헌재 소장 임명을 놓고 사법 행정에 더 이상의 혼란이 빚어지지 않도록 입법부 설득에 나서야 한다. 대법원의 수장 공백이 계속되고 있는데, 헌재소장까지 공석으로 만드는 불행한 헌정 사태를 빚지 말아야 한다. 독립적 헌법기관 수장에 부적격자를 지명해 놓고 야당의 당리당략 탓을 해선 안 되며, 국회는 이 지명자를 철두철미하게 검증하기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차기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한 이종석 헌법재판관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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