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아덱스와 기후위기
서울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ADEX)가 지난 17일 개막했다. 세계 9위 무기수출국의 ‘K방산’을 과시하는 자리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무에서 유를 창조”한 “새로운 역사”라며 찬사를 보냈다. 이 행사를 위해 미군 전략폭격기 B-52H가 국내에 처음 착륙하기도 했다. 안보는 물론 경제에도 이롭다며 이 무기 전시회에 대한 찬양론 일색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무기를 팔아 돈을 버는 게 그렇게 자랑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 순간에도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에서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군사활동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책임을 위한 과학자(SGR)의 스튜어트 파킨슨과 분쟁·환경 관측소(CEOBS)의 린제이 코트렐이 지난해 낸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군사활동에서 비롯된 탄소배출량은 전체의 약 5.5%를 차지한다. 군사 부문이 항공·해운·철도 부문 배출량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는 점이 놀랍다. 이 추계는 미국·유럽 등의 일부 공개된 군사 부문 탄소배출 수치를 근거로 추론한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당시 미국 등의 반대로 탄소배출원 산정에서 군사 부문을 예외로 한 탓이다. 하지만 직관적으로도 군사활동이 엄청난 탄소배출원일 것임은 알 수 있다. 전략폭격기 연비는 승용차의 100분의 1 수준이고, 따라서 소비하는 연료도 엄청나다. 전략폭격기의 1시간 소비 연료량이 자동차 1대의 7년 사용량에 맞먹는다고 한다. 이 연구에서는 전쟁 변수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하니 5.5%는 매우 보수적인 추정치일 것이다.
평화군축 연구활동가 정욱식씨는 최근 출간한 <기후위기와 신냉전 이야기>에서 기후위기는 생존 기반의 잠식을 가져와 국가 간 전쟁 빈도를 더 높인다는 점에서, 기후위기와 군비경쟁이 악순환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후위기가 인류 공통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문제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군비경쟁을 촉발하는 신냉전에 어떤 식으로든 제동을 걸어야 하고, 이를 위해 미·중 협력의 복원이 절실하다. 군비 지출과 온실가스 배출에서 모두 10위권에 올라 있고, 신냉전 한복판에 있는 한국 같은 ‘글로벌 중추국가’의 역할도 중요하다.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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