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생각하는 숲] 희망을 잡는 용기, 마음속 날개를 퍼덕여라

박영서 2023. 10. 1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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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논설위원

나비가 없으면 꽃도 없는 것 생존경쟁 기둥 떠나는 여정 저자에겐 무슨 일 있었을까 더 나은 삶은 '함께 잘 살기'

내가 사는 동네에는 지역주민들이 함께 가꾸는 공동체 정원이 있습니다. 콘크리트 아파트 사이에 자리 잡은 정원이지요. 정원에는 사시사철 다양한 색깔의 꽃들이 피어 있답니다. 산책과 휴식의 공간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쉼터입니다.

초가을 어느 날, 그곳에서 나비를 보았습니다. 햇살과 미풍 속에서 우아하게 날개를 펄럭이는 나비는 정원의 주인입니다. 부지런히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니며 사랑의 씨앗을 운반해 줍니다. 나비가 없으면 꽃도 없는 거지요. 그 아름다운 광경에는 극적인 변화가 숨어 있답니다. 알에서 애벌레로, 다시 고치를 거쳐 나비로 변하는 것이죠. 스스로를 재창조하는 훌륭한 과정입니다.

<꽃들에게 희망을>은 이런 나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호랑 애벌레와 노랑 애벌레가 주인공입니다. 애벌레들이 우여곡절 끝에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며 꽃들에게 희망을 전한다는 내용입니다. 저자의 서문을 보면 집필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선 한 애벌레의 이야기입니다. 그 애벌레는 나 자신, 그리고 우리 모두를 닮았습니다."

그럼, 책 속의 핵심 키워드들을 먼저 찾아볼까요. 우선 성장과 변화입니다. 호랑 애벌레는 처음에는 별 고민 없이 잎을 먹으며 살아갑니다. 그러다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여정을 시작합니다. 길을 가던 중 애벌레 기둥을 발견합니다. 호랑 애벌레는 기둥을 기어 올라가지요. 하지만 기둥 정상은 자신이 원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내려옵니다.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 나비로 변합니다.

애벌레나 사람이나 똑같습니다. 작은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탈피와 변신을 거쳐야 합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의 행태를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하는 것이죠. 자신의 가능성을 닫지말고 활짝 열어야 나비가 됩니다.

희망, 용기, 사랑도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입니다. 호랑 애벌레는 희망을 잃지 않고 용기를 내어 계속해서 전진합니다. 기둥을 올라가다가 만나 친구가 된 노랑 애벌레가 큰 힘이 되어줍니다. 노랑 애벌레는 호랑 애벌레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도록 도와주는 존재입니다. 희망과 용기는 '인생에는 더 많은 것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사랑이야말로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를 밝히는 원동력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줍니다.

책에는 상징들도 많이 등장합니다. 애벌레 기둥과 고치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애벌레들은 서로를 밟으면서 기를 쓰고 기둥에 오릅니다. 기둥은 성공을 위해 무한경쟁하는 현대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바벨탑입니다. 소통과 협력이 아닌 교만과 분열의 탑은 쌓지 마세요. 남들이 한다고 무작정 따라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정작 "왜 기둥에 올라가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 하죠. 기둥 말고 다른 길을 발견하세요. 손잡고 가는 길을. 두 사람이 손을 잡으면 서로의 존재를 느끼면서 함께 성장합니다. 함께라면 이루지 못할 꿈은 없을 것 같습니다.

고치 역시 중요한 상징입니다. 나비가 된다는 것은 고치의 과정을 거쳐야 함을 뜻합니다. 고치라는 긴 터널을 통과하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입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닙니다. 외부와 단절된 채 고치 속에서 지낸다는 것은 고통을 동반합니다. 여기에는 간절함이 필요합니다. 철야 기도나 3000배나 모두 간절함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죠. 간절함은 결단으로 이어집니다. 결단을 내리지 않고는 아무것도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결단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지요. 나비만큼 인내심을 가져보세요. 나비도 하는데 사람이 왜 못하겠습니까.

책은 반세기 전에 쓰여졌지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습니다. 세대를 뛰어넘는 작품입니다. 저자는 미국 작가 트리나 폴러스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실천으로 옮기면서 살고 있는 '보기 드문' 여성입니다. 평생에 걸친 저자의 행동주의는 카톨릭 신앙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네요. 그녀가 과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집니다.

1931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4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결단을 내립니다. 장학금을 받아 대학에 갈 수 있었지만, 대학 진학 대신 오하이오주 남서부의 그레일빌(Grailville)로 갑니다. 국제 여성운동단체 '그레일'(The Grail)의 미국 본부가 있는 곳이죠. 그레일 회원이 된 그녀는 그레일빌의 공동농장에서 공동체 생활을 합니다. 우유를 짜고, 채소를 재배하고, 성경 구절을 썼지요.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조각품을 만들어 팔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30대 중반께 외국으로 나갔습니다. 오래된 도시인 이집트 북부 아흐밈에서 가난한 소녀들을 돕는 여성 자수협동조합 설립을 도왔습니다. 프랑스, 포르투갈에서도 봉사 활동을 펼치다가 1969년 미국으로 돌아왔지요. 1972년 <꽃들에게 희망을>을 내놓았습니다. 41살 때였습니다. 다음해 인세를 받았는데, 생애 최초의 수입이었다고 합니다. 책은 출판된 이래 지금까지 300만 부가 팔리고 17개 언어로 번역됐다고 하네요.

책이 큰 성공을 거둔 후에도 초지일관 기존의 활동을 이어가며 세상에 따뜻한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43세에 낳은 아들을 혼자 키우느라 힘도 들었지만 활동가의 길을 계속 걷고 있습니다. 그녀의 삶을 살펴보니, 그녀가 이 책을 썼다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어른 모두 느끼고 배울 게 많은 책입니다. 책은 희망을 노래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게 '진짜' 사랑 아닐까요. 함께 하는 것이 행복입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상처 주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지요. 날개를 만들어 드넓은 하늘로 날아가야 합니다. 앞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합니다. 기어 다니지 말고 어떤 나비가 될 것인지 상상해 보세요. 당신만이 선택하고 결정내릴 수 있습니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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