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도산 벼랑 끝 몰린 기업들] "일감도 없는데 대출이자 눈덩이"… 벼랑 끝 몰리자 파산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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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계기업이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계기업은 3903개로 이들은 168조7000억원을 차입했다.
작년 말 기준 5년 이상 장기 존속한 한계기업(장기한계기업)은 903개다.
장기한계기업은 외부감사를 받는 외감기업 및 한계기업에 비해 부실위험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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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까지 법인파산 1213건수
이달에만 179건 신청 '역대치'
"기업 유지보단 청산이 낫다"
파산신청 회생보다 66% ↑
#경기 평택에 있는 플라스틱 가공 업체 A사. 이 회사는 코로나19로 거래처의 주문량이 급감하자 인건비 지급 등 공장 운영비 확보를 위해 은행 대출을 받았다. 2년여가 지난 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수요는 다시 회복됐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 이자에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돼 버렸다.
#경기 화성에 있는 전자부품 제조업체 B사 역시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의 수요 침체가 이어지면서 조만간 한계 기업에 몰릴 위기에 처했다. B사 대표는 "은행 대출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고, 왠만큼 이자율을 높이지 않는 한 회사채 발행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우리 같은 기업들이 주변에 수없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창호 유리 등을 생산하는 국내 C건자재 업체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공 협력사, 대리점들 가운데 한계상황에 직면해 부도 또는 폐업까지 이른 사례가 20% 가까이 된다고 전했다. 건설경기가 급격하게 악화된 데다 높아진 금리와 인건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의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계기업이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계기업은 3903개로 이들은 168조7000억원을 차입했다. 작년 말 기준 5년 이상 장기 존속한 한계기업(장기한계기업)은 903개다. 차입금은 50조원에 육박한다. 장기한계기업은 7년 이상 연속 이자보상배율 1을 밑돌았다. 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장기한계기업이 한계기업(이자보상배율 3년 연속 1 하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5%다. 2021년(14.9%) 대비 1.6%포인트(p) 상승한 수준이다. 차입금 비중 역시 17.1%로 같은 기간 2.4%p 올랐다.
이미 한계에 부딪혔는데 손실이 더 늘어 버틸 수 없는 기업들이 극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장기한계기업은 외부감사를 받는 외감기업 및 한계기업에 비해 부실위험이 높다. 한은은 이들이 정상 기업으로 회복되는 비율이 낮을 것으로 봤다.
2022년 장기한계기업의 부실위험은 5.67%로, 한계기업의 부실위험 3.26%을 웃돌았다.
업계는 올해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라리 파산을 신청하는 것이 방법이라는 말들도 나온다. 코로나 기간 정책을 통해 억눌렀던 기업들의 한계상황이 더는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며 올들어 9월까지 파산 신청건수는 1213건에 달한다. 작년 동기대비 738건 증가한 것이다. 최근 석 달 새 파산 신청건수는 올해 월별 최다치를 갱신하고 있다. 7월 146건, 8월 164건, 9월 179건으로 늘어나는 속도도 빨라졌다.
반면 회생을 신청한 기업수는 감소했다. "기업을 유지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기업주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홍석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회생이 성공하려면 기업의 계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커야 한다"면서 "최근에는 비용만 들이고 회생에 성공하지 못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들어 8월 말까지 전국 어음 부도액은 3조628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이후 최대 규모다. 어음부도는 회사로 납입될 자금이 입금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당장 상·매각을 통한 부실채권 정리나, 충당금·잉여금으로 손실을 털어내야 한다. 어음부도액은 2021년 1조9032억원, 작년 2조2510억원으로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꾸준히 증가해왔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꽤 됐다. 정책적으로 보호하고 파산 유예시킨 것이다. 버틸수록 파산 규모는 커진다"며 "원리금 상환 유예, 자금 지원 등 더 이상 정책을 이어가지 않고 중단하니까 한꺼번에 파산이 터지는 것으로 보인다. 회생절차에 돌입하려면 경제가 돌아선다는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상황 자체가 협조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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