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업자 요구 들어줘라”…‘백현동 공소장’에 적시된 이재명-정진상 부당 지시[법조 Zoom In]
“피고인 이재명이 출마한 각종 선거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피고인 이재명의 성남시장 초선 및 재선에 기여한 김인섭이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 등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김용식)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며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적시한 내용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이른바 ‘백현동 로비스트’로 불리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로부터 향후 선거 및 정치활동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하에 법령상 임무에 위배되더라도 청탁을 수용해줬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18일 동아일보가 A4용지 39쪽 분량의 이 대표 공소장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검찰은 최소 10차례 이상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부당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 ‘공영개발 원칙·주거용도 불가’ 알고도 “업자 요구 들어줘라”
공소장에 따르면 성남시는 2014년 2월 백현동 부지 공영개발을 원칙으로 하고 주거용도로 개발할 수 없도록 ‘성남도시기본계획’에 명시했다. 이 대표도 이를 실무자에게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백현동 민간사업자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가 2014년 백현동 부지를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해달라며 성남시에 두 차례 요청했지만 실무진은 도시기본계획에 근거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정 전 실장은 2014년 11월 용도변경 업무 담당 실무자 A 팀장을 불러 “인섭이 형이 백현동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잘 챙겨줘야 한다”며 ‘인허가 서류가 접수되면 사업자가 요구하는 대로 잘 처리해 줄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정 전 실장은 같은 해 12월에도 A 팀장에게 전화해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민간사업자 측의 요구대로 잘 처리해 줘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A 팀장은 2015년 3월 준주거지로 부지 용도를 변경해달라는 정 대표의 3차 요청을 반려하지 않고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백현동 부지를 주거용도로 개발할 수 없게 정한 도시기본계획에 반하는 것을 알고도 이를 승인했고,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4단계 수직 상향하는 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며 공소장에 적시했다.
● ‘공사 참여하면 200억 원 확정이익’ 알고도 “공사 빼라”
당시 성남시는 부지 용도상향의 조건으로 ‘공사의 사업 참여’를 내걸었다. 정 대표도 수긍하고 공사에 확정이익 200억 원을 제공하는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2015년 3월 유동규 전 공사 직무대리(당시 기획본부장)는 이 대표에게 “공사가 참여하면 최소 200억 원을 받을 수 있다”며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대표는 “백현동 사업은 인섭이 형님이 끼어 있으니 신경 써 줘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무렵 주거환경과도 이 대표에게 부지 용도상향의 전제조건 9가지를 보고했다. 이 조건 중에는 ‘공사의 사업 참여’가 포함돼 있었다. 이로부터 약 한 달 뒤 정 전 실장은 용도변경 담당 B 과장을 따로 불러 “공사는 백현동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며 이 대표 지시사항을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향후 추진 과정에서 확실히 공사가 배제되도록 업무를 처리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도 적시했다.
결국 이 대표에게 보고된 도시관리계획 입안보고서에는 ‘공사 사업 참여’ 항목이 빠졌다. 검찰은 이 대표가 당초 포함돼 있던 ‘공사 사업 참여’ 항목이 누락된 것을 알고도 보고서를 승인하고 추후 절차를 진행하도록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 지시에 따라 시의회 의견청취 등 향후 절차가 진행됐고 2015년 9월 이 대표는 공사의 사업 참여가 누락된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안을 최종 승인했다.
‘공사의 사업 참여’ 항목이 누락된 인허가 절차 진행은 2016년 5월 지구단위계획을 입안하는 과정에서도 반복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같은 해 7월 공사의 사업 배제 이유를 묻는 유 전 직무대리에게 ‘정 전 실장이 김 전 대표와 이야기가 됐다고 해서 공사의 배제를 결정했다’는 취지로 말하며 자신의 결정을 재차 하달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 민간사업자 이익 극대화 ‘50m 옹벽’도 “문제 삼지 말라”
백현동 부지는 높은 산지에 위치해 있고 근처에 공군 시설이 있어 건축물 고도제한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이에 정 대표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부지 북쪽에 있는 경사면을 50m까지 수직으로 절개하고 옹벽을 세워 고층 아파트를 지을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이 계획이 산지의 경사면을 수직으로 절개하는 경우 15m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하는 ‘산지관리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 전 실장은 2016년 10월 중순 C 국장에게 전화해 “정 대표의 옹벽 건축계획안을 문제 삼지 말고 빨리 사업을 진행시켜라”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실무자들은 정 대표의 계획이 포함된 지구단위계획안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고 이 대표는 이를 최종 결재했다.
검찰은 각종 특혜의 결과로 백현동 사업을 단독으로 진행한 정 대표가 총 1356억 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했다고 봤다. 반면 공사는 사업에 참여만 했어도 받을 수 있었던 확정이익 200억 원을 받지 못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검찰은 “공사의 지분을 100% 보유한 성남시장은 기업(공사)의 공공복리가 증대되도록 운영해야 하고 주주권과 업무감독권을 적정하게 행사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대표)는 위와 같은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공사에 손해를 가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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