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정원 "너무 사랑했던 쇼팽…피했지만 뗄 수 없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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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은 10대부터 20대 초까지 너무나 치열하게 사랑했어요. 그만큼 미지근한 감정으로 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피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마음속 피아노와 저의 관계에서 뗄 수 없는 존재였죠."
20대에 쇼팽 에튀드 전곡, 스케르초 전곡 앨범을 발매하며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렸지만 이후 의도적으로 쇼팽을 멀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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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쇼팽은 10대부터 20대 초까지 너무나 치열하게 사랑했어요. 그만큼 미지근한 감정으로 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피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마음속 피아노와 저의 관계에서 뗄 수 없는 존재였죠."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6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라스트 쇼팽'을 주제로 쇼팽이 죽기 전 1847년부터 1849년까지의 작품 중 녹턴, 바카롤, 마주르카, 왈츠 등을 담았다. 오는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을 비롯해 광주, 대구, 청주, 부산까지 전국 투어 콘서트를 이어간다.
김정원은 18일 서울 종로구 오디오가이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처음에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한 것도 쇼팽의 음악에 빠져서였다"며 "제게 피아노는 쇼팽이었다"고 말했다.
20대에 쇼팽 에튀드 전곡, 스케르초 전곡 앨범을 발매하며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렸지만 이후 의도적으로 쇼팽을 멀리했다. 그렇게 20여년의 세월을 돌고 돌아 다시 쇼팽으로 돌아왔다. 그는 "어느 순간 쇼팽만으로 프로그램을 꾸리는 건 피했다"며 "독일 낭만주의에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했는데, 이번에 연주하면서 쇼팽에 대한 그런 저의 고정관념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마흔을 채 넘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쇼팽의 후기 작품들엔 피아노, 연인, 조국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다. 그는 연인을 잃었고, 건강을 잃었고, 그토록 원했던 조국 폴란드의 독립도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이국땅에서 보낸 마지막 순간에 그는 지나간 시간들을 아득한 그리움으로 회상했다. 김정원은 그런 쇼팽의 마지막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그는 "쇼팽이 가진 내면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담고자 했다. 그의 초기 작품에 비해 감정 전달이 직접적이지 않아 그게 더 아프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제가 40대 후반을 걷고 있는데, 쇼팽은 저보다 10년 정도 어렸던 거죠. 연인도, 건강도, 조국도 잃은 그는 저보다 더 아프고 외로웠겠지만, 그 감정을 막연하게나마 공감할 수 있었어요. 음악을 통해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아 의미있는 작업이었죠."
이번 앨범의 녹음은 지난 6월 쇼팽의 조국인 폴란드 루스와비체의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유럽 음악 센터 콘서트홀에서 이뤄졌다.
김정원은 한국 클래식계 최초로 팬클럽을 지니며 '1세대 아이돌 피아니스트'로 불린다. 지난 2001년 10월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국내 데뷔 독주회를 가진 그는 20년이 넘은 중견 피아니스트다. 5살에 피아노에 입문했고, 15살 빈으로 유학을 떠나 유럽을 주 무대로 활동하다가 25살에 처음 고국에 와서 한 연주였다.
빈 국립음대와 파리고등국립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고 런던 심포니, 빈 심포니 등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경희대 교수로 재직했다. 지난 2021년엔 한국 데뷔 20주년을 맞아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김정원은 "입맛의 변화 같은 게 음악적으로도 있다"며 "이제는 간이 센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음악이 점점 마음에 와닿는다"고 했다.
"예전에 존경하는 선생님이 제게 재능이 많다고 칭찬해주면서 무대에서 자랑하는 연주를 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충격을 받았죠. 제가 아니라 제가 연주하는 작곡가들이 보여야 한다고 했어요. 20대 때는 그 나이다운 연주를 하는 게 솔직하고, 지금은 이런 변화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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