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소장 후보에 또 ‘친구’, 삼권분립 훼손하는 대통령

한겨레 2023. 10. 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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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에 자신의 친구인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앞서 국회 임명동의 투표에서 부결된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은 두번째 '대통령 친구' 지명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대법원장 후보자도 자신의 친구를 지명해 '삼권분립' 정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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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종석 헌법재판관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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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에 자신의 친구인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앞서 국회 임명동의 투표에서 부결된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은 두번째 ‘대통령 친구’ 지명이다. 헌법재판소 핵심 임무 가운데 하나가 대통령 권력 견제다.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해 국회가 탄핵을 의결할 경우, 파면 여부를 심판하는 기관이 바로 헌재다. 이런 막중한 자리에 대통령이 자신의 친구를 임명한다면, 그 친구가 과연 대통령의 권력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나.

윤 대통령은 앞서 대법원장 후보자도 자신의 친구를 지명해 ‘삼권분립’ 정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입법·사법·행정 권력 간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기본 원칙이다.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는 여러 비위 의혹까지 드러나 결국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존중한다면, 헌재 소장 후보자는 자신의 친구가 아닌 다른 후보를 지명하는 게 맞다. ‘절친’이 아니면 대법원장과 헌재 소장을 맡길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라도 있는 건가.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는 실력과 인품을 갖춘 명망 있는 법조인”이라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실력과 인품’은 고위 공직자의 기본 덕목일 뿐이다. 헌재 소장을 할 만한 실력과 인품을 갖춘 인물이 우리 사법부에는 이종석 재판관 외에는 없단 말인가. 헌재 소장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헌법 가치를 수호할 의지다. 가뜩이나 현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 등 헌법적 기본권이 침해당하는 일들이 잦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부당한 제재,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장악 시도 등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시행령을 만들어, 집회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한 헌재 결정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런 반헌법적 행태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과연 이 후보자가 윤 대통령에 맞서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겠나.

이 후보자가 헌재 소장으로 임명될 경우, 임기가 1년 안에 그치는 것도 문제다. 이 후보자의 재판관 임기(6년)가 내년 10월에 끝나기 때문이다. 임기가 1년이 채 안 되는 헌재 소장이 헌재를 안정적으로 이끌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윤 대통령이 대법원장에 이어 헌재 소장까지 무리한 인사를 하는 이유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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