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답 공교육’ 학생도 선생도 손절…120조 퍼붓고도 “인재 없다”

임성현 기자(einbahn@mk.co.kr), 고민서 기자(esms46@mk.co.kr),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3. 10. 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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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교육 디스토피아’ 임계점
비용 쏟아붓고 생산성 낙제
인재원천 대졸 취업자 20년 뒤 반토막
대혁신 골든타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학원가가 학생들로 가득하다. [김호영 기자]
20대 취업준비생 A씨는 최근 3개월 째 사설 코딩 학원을 다니고 있다. 학원비만 300만원이 넘고 토익·토플 학원 수강비까지 더하면 벌써 500만원 넘게 들었다. A씨는 “초중고 12년, 대학 4년에 졸업하고도 2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구직자 신세”라며 “취업이 잘된다는 IT 학원으로 매일 ‘등교’하는게 일상”이라고 말했다.

교육 불만지수가 ‘임계점’을 넘어섰다. 공교육은 학생도, 학부모도, 선생님도 포기한 공(空)교육으로 전락했다. 최근 교권보호4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학교의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는 갈등의 주인공이 됐다. 사교육이 아예 공교육을 대체하면서 교육시장 왜곡의 주범이 된지 오래다. 대학은 자율성을 상실한채 등록금, 학생선발 규제에 묶여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여기에 의대광풍이 교육을 송두리째 뒤흔들며 취업시장과 국가적 인력배치 구조까지 변질시키고 있다. 기업들도 비상이다. 인재난에 신입보다 경력을 선호하면서 재교육 비용은 고스란히 취업준비생 몫이 돼버렸다.

18일 매일경제가 여론조사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과제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가장 비효율적인 분야로 사교육(39.6%)이 꼽혔고 이어 공교육(29.6%), 대학교육(18.0%) 순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로 극심한 인력·인재절벽에 처했다. 실제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인협회가 공동분석한 결과 현재 출산율이 유지될 경우 학령인구(6~21세)는 작년말 기준 748만명에서 2040년이면 381만명, 대학졸업자는 16만 9000명으로 뚝 떨어진다. 특히 고급 인재의 원천인 대졸취업자는 9만 5000명으로 반토막난다.

보다 효율적인 미래인재 확보가 시급한 이유다. 하지만 한국 교육은 생산성 최악인 비효율의 대명사로 전락해가고 있다. 한해 120조원 넘는 공·사교육비가 투입되지만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올해 세계인재평가에서 한국은 전체 64개국중 34위에 그쳤다.

과거 산업화시대 성장을 이끌었던 압축식 교육시스템의 잔재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동력인 인재 확보를 위한 ‘에듀노믹스’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한다. 비단 교육개혁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학교 울타리를 넓혀 고용·경제·산업·지방개혁과 동행하는 파괴적인 ‘퓨처스쿨’ 대혁신이 시급하다. 당장 공교육, 사교육, 대학교육의 비효율을 걷어내는게 급선무다. 인재 창출의 발목을 잡는 직업 인센티브 체제에 대한 수술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교육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라며 “미래교육을 지향하기 위한 퓨처스쿨 논의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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