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의사 유튜버 '닥터프렌즈' "의대 정원 확대, 적절치 않다"
"전문의 자격 따도 미용 진료로 빠져"
27만 산부인과 유튜버도 "낙수효과 없다"
의협 "정부 일방 추진 땐 총파업" 반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유명 의사 유튜버들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3년여 전 문재인 정부 때도 의대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가 살해 협박 등에 시달렸다. 이번에도 의사 유튜버들의 반대 입장 표명에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약 112만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에 출연하는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17일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유튜브 채널은 현직 의사들이 모여 건강과 의학 정보를 전한다.
이씨는 "약 3년 전 공공의대 정책이 발표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심화했다"면서 "정책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의견을 표명하라는 댓글이 어마어마하게 달렸다"고 밝혔다. 이어 "모두 현장에 있는 당사자이기에 의견 표명은 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렇게 올린 영상에는 무수히 많은 비난 댓글이 달렸다. 심지어 살해 협박도 당했다"면서 "혼란스러운 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글을 이어나간다"며 운을 뗐다.
이씨는 "공공의대나 이번 정책이나 목표는 필수의료와 지방의료의 회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사 수를 늘려 경쟁이 늘어나면 사실상 기피 과가 되어버린 소아과, 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쪽으로 가는 의사들이 늘어날 거란 기대가 있다"면서 "이미 전문의 자격을 딴 인원들마저 미용 진료로 빠지는 지금 (의대 정원 확대는) 적절한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상황 속에서 동일한 정책이 나왔으니 반대는 하겠지만 (의료 현장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은 개인적으로 잃어버린 듯하다"고 했다.
이들은 의대 정원 확대가 지방의료를 개선하는 데도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도 현재 수가로는 환자 수가 적어 병원 운영이 어려워 보이는 지방으로 향하는 사람이 얼마나 늘어날지 모르겠다"면서 "다만 지금 현재 지방 거점 병원 역할을 하는 곳들을 지원하면서, 정해진 지역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 근무해야 하는 정원 외 인원을 늘린다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적어도 현재 수준의 의료시스템은 유지가 되었으면 한다"면서도 "이를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데 무턱대고 하는 의사 수 증원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제 생각이라는 것도 어쩌면 저도 모르게 밥그릇 싸움 혹은 동료 의식의 영향을 받고 있을 수 있다"면서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이씨의 입장을 두고 댓글창에서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한 누리꾼은 "2020년 사안보다 훨씬 급진적이고 일방적인 정책인데 여기는 그때만큼 분노가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어떤 사안에 대한 투쟁을 상대 가려가며 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적었다. 반면 또 다른 누리꾼은 "이분법적으로 나누며 비아냥대는 댓글이 많아서 안타깝다. 질 좋은 의료 체제 구축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지난 15일 산부인과 의사들이 운영하는 구독자 약 27만 명의 유튜브 채널 '우리동네 산부인과, 우리동산'도 커뮤니티에 "정책을 우리하고 의논하고 정하는 것도 아닌데 '입 다물고 있다'고 뉴스 나오자마자 댓글 달고 있는 분들께 말씀드린다"며 글을 올렸다. 우리동산 측은 커뮤니티에 "문재인 대통령이건 윤석열 대통령이건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걸 반대한다"면서 "그런다고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외과 같은 과 안 한다. 낙수효과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의사도 사람인데 고의가 아니라도 불가항력적인 일로 수천, 수억 원 보상해 주고 잘못하면 감옥도 갈 수 있는데 그걸 사명감만으로 왜 하겠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의대 정원 늘려봐야 제 밥그릇에는 하나도 영향 안 준다. 그들이 전문의 되려면 저는 은퇴할 때가 다 될 것"이라며 "메이저 과 수련 환경 바꾸고 나와서 진료 잘할 수 있게, 그리고 응급의료 전달 체계 잘 만들고 이미 있는 전문의들 잘 이용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06년부터 3,058명으로 정한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전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이 참석한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안을) 발표하면 2020년 파업 때보다 강력한 투쟁을 접하게 될 것"이라며 "(대정부) 투쟁의 마지막 단계로 전 회원의 투표를 거쳐 총파업에 이를 수 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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