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신경영 30년…"위기 때 더 빛나는 성공전략"
이건희 경영 철학 재조명
상상력과 통찰력 보유한 사상가
伊 메디치가문에 필적하는 업적
'운명을 건 투자' '신속한 실험' 등
오늘날 성공 전략과 완전히 일치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창의적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통합적 사상가.”(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30년 전 삼성 신경영은 성공 전략과 완전히 일치한다.”(리타 맥그래스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
삼성이 18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선대회장의 3주기(10월 25일)를 앞두고 그의 업적과 경영 철학 등을 다각도로 재조명한 자리였다. 도전, 창조, 혁신의 신경영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목적도 있다. 삼성이 ‘제2의 신경영’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고 재도약의 동력으로 삼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창의적 해결책 만든 통합적 사상가
한국경영학회가 주관하고 삼성글로벌리서치가 후원한 이날 행사는 기술과 전략, 인재, 상생, 신세대, 신흥국 등 6개 분야에서 이 선대회장의 리더십과 삼성의 신경영을 재조명했다. 삼성 신경영은 약 30년 전인 1993년 6월 이 선대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의 체질과 관행, 의식, 제도를 양(量) 위주에서 질(質) 위주로 바꾸라”고 지시한 이후 시작됐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설 수 있는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조발표를 맡은 로저 마틴 명예교수는 이 선대회장의 전략·사상가로서의 면모를 소개했다. 그는 “소프트 품질이 중요해지고 있다” “우월한 디자인이 제품 경쟁력을 이끌 것” 등 미래를 예측한 이 선대회장의 30년 전 발언을 소개했다. 이어 “이 선대회장은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보유한 대단한 ‘전략 이론가’이자 통합적 사고에 기반해 창의적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통합적 사상가’였다”고 강조했다.
마틴 명예교수는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를 예로 들며 이 선대회장의 실행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 선대회장은 말한 뒤 실제로 달성하면서 성과를 냈다”며 “월드 시리즈 때 ‘저기로 홈런을 날릴 것’이라고 말한 뒤 월드 시리즈에서 실제로 홈런을 친 베이브 루스 같다”고 말했다.
○메디치가(家)에 필적하는 삼성 유산
신학·인문학 분야 권위자인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는 이 선대회장의 대규모 사회 환원의 의미를 집중 조명했다. 이 선대회장과 유족들은 2021년 미술품 2만3000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및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해 총 1조원을 기부하는 등 이른바 ‘KH 유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김 교수는 “이 선대회장과 유족들의 유산 덕분에 한국은 ‘게티’ ‘구겐하임’ 같은 미술 컬렉션을 갖게 됐다”며 “이 선대회장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가에 필적할 만한 업적을 남긴 한국의 시대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삼성의 미래와 도전’을 주제로 국내외 석학의 심도 있는 논의와 토론이 진행됐다. 스콧 스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이 선대회장은 삼성을 ‘창의적 모방’이 아니라 ‘창조’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D램 회로를 고층으로 쌓는 ‘스택 방식’ 채택, 적극적인 스마트폰 시장 진출 등 이 선대회장의 결단을 소개하며 “이 선대회장은 깊은 성찰에 기반한 역동적인 비전을 제시했고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리타 맥그래스 교수는 ‘비즈니스 대전환 시대의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30년 전에 형성된 삼성 신경영은 영원한 위기 정신, 운명을 건 투자, 신속하고 두려움 없는 실험 등 오늘날의 성공 전략과 완전히 일치하는 방식이었다”고 분석했다.
○25일까지 이건희 추모 행사 이어져
삼성은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이 선대회장 3주기까지 추모 행사를 이어간다. 19일에는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추모 음악회가 열린다. 이 자리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 선대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삼성 총수 일가가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 계열사 사장단도 총출동한다.
추모 음악회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무대에 오른다. 조성진은 올해 역대 최연소로 삼성호암상 예술상을 받았다. 홍 전 관장은 작년 10월 이 회장과 LG아트센터를 찾아 조성진의 공연을 관람할 정도로 ‘조성진 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는 25일에는 용인 선영에서 이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참석한 가운데 3주기 추도식이 열린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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