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들고 쫓아간다” 폭언에 “나는 한없는 약자” 멍드는 감정노동자

배지현 2023. 10. 18. 18: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직업계 고등학교 3학년 홍수연양.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습니다.

휴대전화 해지 고객을 응대하는 업무, 이른바 욕받이 부서였습니다.

쏟아지는 모욕과 폭언, 온종일 감정노동에 시달렸습니다.

미성년자였지만 음담패설도 견뎌야 했습니다.

그렇게 5개월이 흘렀습니다.

"더는 못 견디겠어" 친구에게 호소한 뒤 2017년 1월 저수지에 몸을 던졌습니다.

겨우 18살 이었습니다.

수연양의 비극은 '다음 소희'라는 영화로도 제작됐습니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게 이른바 '감정노동자 보호법’ 입니다.

법이 시행된지 5년이나 지났지만, 배지현 기자 보도 보시면, 아...아직도 멀었구나..하고 느끼실 겁니다.

[리포트]

콜센터 직원들에게 폭언은 여전히 일상입니다.

["아까 전에 ** 바로 전화하라고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전화하라 그래. 지금 바로 당장. 소송 걸 거니까.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제가) 아 입닥쳐 ** 진짜!"]

흉기 같은 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깊은 무기력에 빠집니다.

[민간 콜센터 노동자/익명 : "너 어디서 일하는지 안다. 너 콜센터, 망치 들고 쫓아가서 너 머리 깰 거다..."]

[김현주/민간 콜센터 노동자 : "(전화 상으로 저렇게 욕을 할 때) 그 사람과 저만 있는 공간에서 한없이 저희는 약자이고, 그리고 어떤 말도 들어내야 하는 상담사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전화를 마음대로 끊을 수는 없습니다.

[민간 콜센터 노동자/익명 : "고객님 계속 성희롱 하셔서 상담은 불가하여 정말 끊겠습니다"를, 세 번을 들어야지만, 욕설도 마찬가지고 (세 번) 들어야지만 (전화를) 끊을 수 있어요."]

21년차 검침원 이기복 씨, 아직도 문을 두드릴 땐 두렵습니다.

[이기복/과장/전기 검침원 : "삼 개월 이상 연체가 되면은 저희들이 단전을 하게끔 돼 있어서. (연체되신 분은) 그 상황이 너무 기분이 안 좋으니까 계량기를 부셔 버리는…"]

["이 개**야 왜 만 사천 팔백팔십원이 나왔는지. 갖고 오라고. 내가 가지러갈까?"]

[조한남/지점장/녹취 당사자 : "(민원 전화 중) 술 마셨을 때가 거의 한 반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 전화 받기) 망설여지기도 하고, 언제 올까 노심초사하는 경우도 있었고."]

고객의 반복되는 폭언에도.

["할아버지도 잘 찾아왔는데 니가 왜 못찾아와! 자꾸 잘한 거지 잘한거냐고, **? 잘한거냐고?"]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마땅치 않습니다.

[배달 노동자/녹취 당사자 : "고객센터 답변은 그냥 고객한테 원칙을 고수해라. 당신 할 일은 음식 갖다 주면 되는 거다. 그거 외에 더 해줄 말이 없다."]

최근 조사에서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회사가 민원인 갑질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10명 중 3명은 아예 보호법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배지현입니다.

촬영기자:권순두 김한빈 송혜성 문아미/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김지훈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배지현 기자 (veteran@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