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건강한 환경… 생산-소비 균형 필요

파이낸셜뉴스 2023. 10. 1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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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특유의 성향을 나타내는 대표적 문화는 어떤 게 있을까.

쉽게 떠오르는 건 잘 알려진 '빨리빨리 문화'다.

빠르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공장은 물론, 모든 게 밀집된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와 같은 빨리빨리 문화가 나타나는 경향도 있다.

빨리빨리 문화는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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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특유의 성향을 나타내는 대표적 문화는 어떤 게 있을까. 쉽게 떠오르는 건 잘 알려진 '빨리빨리 문화'다.

한국전쟁 이후 빨리 나라를 재건해야 했던 우리는, 점차 정확하고 빠른 걸 좋아하게 되면서 이를 성실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습관이 생겼다. 하지만 이 문화는 사실 산업화에 따른 전 세계 공통의 현상이기도 하다. 노동 패턴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던 농경사회와는 달리, 산업사회에서는 항상 빠른 속도로 정확하고 균형 있게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빠르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공장은 물론, 모든 게 밀집된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와 같은 빨리빨리 문화가 나타나는 경향도 있다.

빨리빨리 문화는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존재한다. 워낙 빠른 걸 좋아하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기도 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일에도 실수나 실패, 오랜 시간이 투입되는 노력을 시간 낭비로 여기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장점인 인터넷 속도는 외국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늦게 반응하거나 로딩이 길어지면 이를 쉽게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여기에는 '패스트 패션'도 한몫한다. 패스트 패션은 생산에서 유통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한 형태의 의류 전문 브랜드를 말한다. 계절에 앞서 옷을 만드는 일반적인 생산 방식을 벗어나, 유행에 맞춰 바로바로 만들어내는 다품종 소량 생산 위주의 자가상표부착제 유통방식(SPA)이다. 이러한 방식이 우리나라에 정착할 수 있었던 건,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사람들이 일 년 동안 입는 옷이 몇 벌이나 될까. 한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연간 옷 소비량은 개인당 68벌에 달한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800억 벌의 새 옷이 판매되고 있으며, 그 옷을 생산하기 위한 목화 생산에 많은 토지와 물이 들어간다. 이는 농업자원 확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다수의 경작지가 목화밭으로 바뀌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생산량은 더 큰 문제다. 생산량이 워낙 많아 이를 모두 적절히 소비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재고량 때문이다. 호주의 한 섬유협회 보고에 따르면, 생산된 의류의 약 30%가 팔리지 않고 매립지로 향한다고 한다. 이를 수치로 따지면 약 1300만t에 달한다. 팔리지 않고 쌓여있는 재고의 가치는 4조9000억원이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패스트 패션에 따른 소비자의 구입·폐기 과정이 빨라진 것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싼 가격에 트렌디한 옷을 제시하는 SPA브랜드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쉽게 열게 하기 때문이다. 2018년 블랙 프라이데이 때, 미국에서만 약 7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하니, 사람들이 새 옷을 지나치게 많이 요구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환경친화적인 측면에서 교복 시대가 그립다. 멋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미래를 고려해 환경을 생각하는 균형적인 생산과 소비 습관이 필요할 때다. 벗고 살 수는 없겠지만 이를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다면, 그래서 모든 걸 절약할 수 있다면, 우리는 분명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고, 후대에 더 건강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멋을 위해 빨리빨리 문화를 잠시 내려놓는 건 어떨까.

이정환 한국재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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