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70여명 숨진 가자 병원 폭격, 반인도적 전쟁범죄 멈추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중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17일(현지시간) 대규모 폭발로 민간인들이 숨졌다. 희생자 대다수는 여성과 어린이·피란민 등으로, 471명이 사망하고 314명 이상이 다쳤다고 가자지구 보건부 당국이 밝혔다. 2007년 이후 이-팔 분쟁에서 단일 장소·사건으로 벌어진 인명 피해 중 최대 규모다. 어느 쪽 소행인지는 가려지지 않았으나, 천인공노할 반인도적 전쟁범죄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들은 폭격으로 붕괴된 병원 건물 주변 곳곳에 널린 핏자국과 훼손된 채 뒹굴고 있는 시신 등 참상을 전하고 있다. 상당수는 건물 잔해에 깔린 상태여서 사상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현장에 있던 의사는 수술 도중 강한 폭발이 일어나 수술실 천장이 무너졌다고 증언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지적처럼 수많은 환자, 의료 종사자, 피란처를 찾는 사람들이 밀집한 병원을 공격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폭격’이라는 말로는 그 범죄성을 제대로 드러낼 수 없다. 이번 병원 폭격은 명백한 학살이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스라엘도, 하마스도 병원 폭격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오발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랍권은 이스라엘군 소행으로 단정하는 분위기다. 전쟁 개시 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난민캠프를 비롯해 시장·모스크 등 사람들이 몰린 곳을 겨냥해 공습을 전개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병원 폭격이 이슬람권 분노를 촉발해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스라엘과 중동 지도자들을 만나 사태 진정을 꾀하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외교도 난항이 불가피해졌다. ‘지상 최대의 감옥’으로 불리는 가자지구는 전기·가스·식수가 모두 끊겨 이미 인도주의적 재난 상태다.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에 돌입하게 되면 수많은 민간인이 추가로 희생되는 생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더 큰 참사를 막기 위해 주요국들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시급하다. 미국이 이스라엘 편만 들고 있을 때가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대로, 우선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진입을 막아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도 확전과 인도주의적 참상을 막기 위한 외교 노력에 힘써줄 것을 당부한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이재명, 김혜경 선고 앞두고 “희생제물 된 아내, 죽고 싶을 만큼 미안”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또 아파트 지하주차장 ‘벤츠 전기차 화재’에…주민 수십명 대피
- [단독]“일로 와!” 이주노동자 사적 체포한 극우단체···결국 재판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