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이 전하는 말년의 쇼팽…"내면의 아픔 숨기듯 연주했죠"

강애란 2023. 10. 1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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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라스트 쇼팽' 발매…"20년 전 패기 있던 제 연주도 달라졌죠"
이달 22일부터 광주·서울·부산 등 전국 리사이틀
쇼팽으로 돌아온 피아니스트 김정원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오디오가이에서 열린 'Chopin's Last Piano Works' 앨범 발매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쇼팽의 마주르카를 연주하고 있다. 2023.10.18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10대부터 20대 초반까지 너무 치열하게 사랑한 쇼팽이어서, 미지근한 감정으로 가져가고(연주하고) 싶지 않았어요."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한동안 연주하지 않았던 쇼팽의 음악을 들고 돌아왔다. 지난 17일 유니버설뮤직코리아를 통해 발매된 새 앨범의 이름은 '라스트 쇼팽'이다. 쇼팽이 서른아홉이라는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 4년간 남긴 녹턴, 바르카롤, 마주르카, 왈츠를 모았다.

김정원은 18일 새 앨범 발매 및 리사이틀(독주회) 개최를 기념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오디오가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쇼팽을 멀리했던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사실 김정원은 누구보다도 쇼팽을 향한 열병을 크게 앓았다.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한 것도 쇼팽에게 빠져서였고, 20대에는 쇼팽 에튀드 전곡, 쇼팽 스케르초 전곡 앨범을 내고 공연하며 열렬한 사랑을 표현했다. 그는 당시에는 '피아노는 곧 쇼팽', '쇼팽은 내 사랑'이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김정원은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쇼팽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사라졌다"며 "한 사람(쇼팽)을 만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앨범 수록곡을 작곡할 당시) 쇼팽은 30대 후반이었다. 제가 철이 늦게 든 것을 감안하면 이제는 쇼팽과 비슷한 감정으로 삶을 바라보는 것 같다"며 "적당하게 회의적이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 많은 것에 너그러워지고 포용하게 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쇼팽은 연인, 건강, 조국을 잃은 상태였다. 저보다 더 아프고, 슬프고, 외로웠겠지만, 그 감정을 막연하게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며 "음악을 통해 작곡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아 의미가 큰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피아니스트 김정원,라스트 쇼팽 앨범 발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오디오가이에서 열린 'Chopin's Last Piano Works' 앨범 발매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0.18 ryousanta@yna.co.kr

김정원은 쇼팽이 겪은 아픔을 쇼팽이 표현한 그대로 들려주려고 애썼다고 했다. 앨범 녹음도 쇼팽의 고향인 폴란드에서 했다.

그는 "최근 젊은 연주자들이 보여주는 트렌디한 연주는 표현이 세지만, (이번 앨범은) 슬프다고 징징거리지 않고, 안 슬픈 척 연주하고 싶었다"며 "앨범 프로듀서도 감정을 숨기고 내레이션하듯이 치는 게 좋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쇼팽이 가진 내면의 아픔이 담겨야 하는데, 제가 (작품에) 화장하거나 향수를 뿌리지 않고, 그 상태 그대로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후기 작품은) 초기 작품에 비해 감정 전달이 직접적이지 않다. 저는 그게 더 아프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앨범의 마지막 곡은 작품번호 68번의 4번. 폴란드 민속 춤곡 마주르카다.

김정원은 이 곡에 대해 "쇼팽이 죽음을 예견하고 쓴 게 아닐까 싶다. 너무 비장하다기보다는 손을 놓고 떠나보내는 느낌"이라며 "쇼팽은 마지막 3년 정도를 고열에 시달리고, 의식을 잃는 등 실제 몸이 아팠다. (후기 작품들이) 초기보다 산만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안 들리게 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올해가 데뷔 22주년인 김정원의 곡 해석이나 연주 스타일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첫 곡 작품번호 60번 바르카롤은 김정원이 처음 발매한 독주 앨범에도 수록된 곡이다.

김정원은 "개인적으로 그때(첫 앨범) 연주와 많이 달라져 있다는 점이 재밌다"며 "그때는 아무래도 패기가 있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굉장히 흥미로운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연주하면서는 허심탄회한 감정들이 군데군데 섞여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콩국수나 평양냉면은 안 먹고, 간이 센 음식들을 좋아했는데 입맛이 변했다. 음악적으로도 그런 것 같다"며 "이제는 내추럴한(자연스러운) 음악이 마음에 다가오고, 저한테서도 그렇게 나가게 되는(연주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원은 앨범을 들고 전국 리사이틀도 연다. 오는 22일 광주 서빛마루 문화예술회관을 시작으로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28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29일 청주 청주예술의전당, 30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

'라스트 쇼팽' 리사이틀 앞둔 피아니스트 김정원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오디오가이에서 열린 'Chopin's Last Piano Works' 앨범 발매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쇼팽의 마주르카를 연주하고 있다. 2023.10.18 ryousanta@yna.co.kr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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