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이 전하는 말년의 쇼팽…"내면의 아픔 숨기듯 연주했죠"
이달 22일부터 광주·서울·부산 등 전국 리사이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10대부터 20대 초반까지 너무 치열하게 사랑한 쇼팽이어서, 미지근한 감정으로 가져가고(연주하고) 싶지 않았어요."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한동안 연주하지 않았던 쇼팽의 음악을 들고 돌아왔다. 지난 17일 유니버설뮤직코리아를 통해 발매된 새 앨범의 이름은 '라스트 쇼팽'이다. 쇼팽이 서른아홉이라는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 4년간 남긴 녹턴, 바르카롤, 마주르카, 왈츠를 모았다.
김정원은 18일 새 앨범 발매 및 리사이틀(독주회) 개최를 기념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오디오가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쇼팽을 멀리했던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사실 김정원은 누구보다도 쇼팽을 향한 열병을 크게 앓았다.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한 것도 쇼팽에게 빠져서였고, 20대에는 쇼팽 에튀드 전곡, 쇼팽 스케르초 전곡 앨범을 내고 공연하며 열렬한 사랑을 표현했다. 그는 당시에는 '피아노는 곧 쇼팽', '쇼팽은 내 사랑'이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김정원은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쇼팽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사라졌다"며 "한 사람(쇼팽)을 만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앨범 수록곡을 작곡할 당시) 쇼팽은 30대 후반이었다. 제가 철이 늦게 든 것을 감안하면 이제는 쇼팽과 비슷한 감정으로 삶을 바라보는 것 같다"며 "적당하게 회의적이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 많은 것에 너그러워지고 포용하게 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쇼팽은 연인, 건강, 조국을 잃은 상태였다. 저보다 더 아프고, 슬프고, 외로웠겠지만, 그 감정을 막연하게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며 "음악을 통해 작곡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아 의미가 큰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정원은 쇼팽이 겪은 아픔을 쇼팽이 표현한 그대로 들려주려고 애썼다고 했다. 앨범 녹음도 쇼팽의 고향인 폴란드에서 했다.
그는 "최근 젊은 연주자들이 보여주는 트렌디한 연주는 표현이 세지만, (이번 앨범은) 슬프다고 징징거리지 않고, 안 슬픈 척 연주하고 싶었다"며 "앨범 프로듀서도 감정을 숨기고 내레이션하듯이 치는 게 좋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쇼팽이 가진 내면의 아픔이 담겨야 하는데, 제가 (작품에) 화장하거나 향수를 뿌리지 않고, 그 상태 그대로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후기 작품은) 초기 작품에 비해 감정 전달이 직접적이지 않다. 저는 그게 더 아프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앨범의 마지막 곡은 작품번호 68번의 4번. 폴란드 민속 춤곡 마주르카다.
김정원은 이 곡에 대해 "쇼팽이 죽음을 예견하고 쓴 게 아닐까 싶다. 너무 비장하다기보다는 손을 놓고 떠나보내는 느낌"이라며 "쇼팽은 마지막 3년 정도를 고열에 시달리고, 의식을 잃는 등 실제 몸이 아팠다. (후기 작품들이) 초기보다 산만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안 들리게 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올해가 데뷔 22주년인 김정원의 곡 해석이나 연주 스타일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첫 곡 작품번호 60번 바르카롤은 김정원이 처음 발매한 독주 앨범에도 수록된 곡이다.
김정원은 "개인적으로 그때(첫 앨범) 연주와 많이 달라져 있다는 점이 재밌다"며 "그때는 아무래도 패기가 있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굉장히 흥미로운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연주하면서는 허심탄회한 감정들이 군데군데 섞여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콩국수나 평양냉면은 안 먹고, 간이 센 음식들을 좋아했는데 입맛이 변했다. 음악적으로도 그런 것 같다"며 "이제는 내추럴한(자연스러운) 음악이 마음에 다가오고, 저한테서도 그렇게 나가게 되는(연주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원은 앨범을 들고 전국 리사이틀도 연다. 오는 22일 광주 서빛마루 문화예술회관을 시작으로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28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29일 청주 청주예술의전당, 30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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