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추가 제재…엔비디아 시총 72조원 증발
하루 사이 주가 5% 가까이 하락
앞으로 저사양 AI칩도 판매금지
中 비중 높아…매출 감소 우려
반도체 장비업체도 中수출 타격
ASML "美 규제에 신중해야"
인공지능(AI) 반도체 1위 기업인 엔비디아 주가가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 조치로 5% 가까이 급락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개최하려던 연례 콘퍼런스를 취소한 데 이어 또다시 돌발 악재에 맞닥뜨렸다. 미국 정부의 이번 추가 제재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에 포함된 반도체주의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730억달러(약 100조원) 증발했다.
○반도체주 시총 100조원 사라져
17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4.68% 하락한 439.3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저사양 AI 반도체까지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오전 한때 6%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S&P500지수 구성 종목 중 가장 크게 떨어졌고, 지난 8월 9일(종가 기준)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 시총은 하루 만에 533억달러(약 72조2000억원) 날아가 1조85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엔비디아는 세계 반도체 기업 최초로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한 기업이다.
미국 정부는 작년 10월 미국 기술력이 들어간 첨단 반도체 장비와 고사양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이때 엔비디아는 고사양인 A100, H100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A800, H800을 제조해 중국에 수출해왔다. 하지만 미 상무부는 이번 규제에서 저사양 반도체 수출까지 막기 위해 ‘통신 능력’을 기준에서 빼고, ‘성능 밀도’(단위 크기당 성능)를 넣었다. 이번 규제는 30일 후 발효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이날 “이번 조치로 회사가 즉각적인 재정적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수출 비중은 30%가량을 차지한다.
‘제2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AMD 주가도 이날 1.24% 떨어졌다. 인텔은 1.37%, 브로드컴도 2.01% 하락했다.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이날 0.88% 하락 마감했다. 블룸버그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에 포함된 30개 반도체 기업의 시총이 하루 동안 730억달러 증발했다고 집계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돌발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5~16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개최하려던 AI 콘퍼런스 ‘AI 서밋’을 전면 취소했다. 이 콘퍼런스는 엔비디아의 새로운 생성형 AI 기술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리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계획이었다.
○“반도체 제조 장비도 타격”
이번 조치로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중국 수출도 타격을 받게 됐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수출 통제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중국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수출 통제 대상이 되는 반도체 제조 장비 유형을 추가해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출통제를 강화했다. 이는 ASML이 일부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EUV 노광장비는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필수 장비다. 2019년 네덜란드 정부가 EUV 중국 수출을 제한했고, 지난 1월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 정부와 협의하면서 수출 제한을 DUV 노광장비로 확대했다. 중국은 ASML의 매출 기준으로 대만, 한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ASML은 “규제의 잠재적인 영향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규제 적용 범위에 대해 미 당국에 추가적인 설명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일방적인 규제는 해외 고객이 다른 곳을 찾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미국 안보는 개선하지 못한 채 반도체 생태계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노유정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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