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쿨 코리아] 국가대개조 가로막는 학교…기업 춤추게 할 '미래 인재' 실종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2023. 10. 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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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단어 못 읽는 학생부터
시험 만점까지 같은반 수업
국민 45% "韓공교육 미흡"
교육 질 향상·입시 개편 順
사교육 광풍 해법으로 꼽아
열악한 대학경쟁력도 도마
"권역·기능별 통합을" 25%

◆ 퓨처스쿨코리아 ◆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 영어 수업시간. 학생 30명 중 교사의 수업을 듣는 학생은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교사 A씨는 "영어 단어조차 못 읽는 학생부터 모의고사 100점을 받는 학생까지 한 교실에서 같은 수업을 듣고 있는 게 지금 공교육의 현실"이라고 푸념했다.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B씨(48)에게 학원은 곧 학교다.

B씨는 "교육열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동네에 살다 보니 부모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많다"며 "학원을 안 다니면 뒤처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B씨 자녀도 초등·중학교 땐 사교육으로 선행학습을 했고,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도 대학 입시를 학원에서 준비한다. 학교 수업은 내신용으로 가장 뒷전이다.

학교와 학원의 '본말전도'로 인한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 광풍은 한국 교육의 현주소다. 지난해 초·중·고교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78.3%, 주당 참여시간도 7.2시간으로 작년보다 높아졌다.

18일 매일경제가 여론조사 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과제 대국민 인식'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09%포인트) 결과 한국 공교육에 대한 평가에서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5.6%가 '미흡하다'고 답했다. '우수하다'는 응답은 그 절반도 안 되는 21.3%에 그쳤다. 이 중 '매우 우수하다'는 응답은 5.4%에 불과했다. 특히 대전·충청·세종(54.4%), 대구·경북(51.9%), 서울(47.1%)에서 '미흡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 때문에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신뢰 잃은 공교육'(34.8%)이 꼽혔다. '과도한 사교육 의존도'(22.7%), '불안정한 교육제도'(16.4%), '대학 서열화'(16.1%)가 뒤를 이었다. 공교육에 대한 바닥난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으로는 '수업 선택권 확대와 수업 방식 다양화'(25.8%)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그만큼 획일적인 현행 공교육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다. 수준별 수업은커녕 학생들의 선택권은 아예 없는 게 현실이다.

공교육 불만을 해소하지 않으면 사교육 문제는 해결이 요원하다. 사교육에 대한 과도한 의존증 역시 공교육의 질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대책으로 국민들이 '공교육의 질 향상'(35%)을 가장 많이 꼽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어 '대학 입시 개편'(25.9%), '사교육 카르텔 엄단 및 학원 불법 영업 단속 강화'(12.8%), 'EBS와 수능 연계 강화'(11.7%), '대학 서열화 완화'(9.6%) 순으로 나타났다.

공교육과 사교육 간 우선순위가 뒤틀린 현행 교육현장의 난맥상을 바로잡기 위해선 입시제도 개편이 '필요조건'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입시제도 개편 방안으로는 '수능 자격시험 전환'(29.4%)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대학 선발 자율권 확대'(27.7%), '수능 과목·횟수 다양화'(26.5%)가 뒤를 이었다.

초·중·고교에서 벌어지는 살벌한 입시 경쟁과 달리 대학 경쟁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게 한국 교육의 또 다른 병폐다.

대학 경쟁력이 곧 인재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만큼 주요국 대비 열악한 한국의 대학 경쟁력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대학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는 '권역별·기능별 통합 등 대학 구조조정'(25.1%)을 꼽은 응답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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