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학파 100년…다시 불붙는 ‘사회비판이론’

한겨레 2023. 10. 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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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 기념 연합학술대회를 마치며
지난 10월14일 서울대에서 프랑크푸르트학파 10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주최측 제공

지난 10월14일 서울대학교에서 5개 학술기관(사회와철학연구회, 이론사회학회, 한독교육학회,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경북대 미주 유럽연구소)가 연합하여 프랑크푸르트학파 10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산실인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가 1923년 설립되었으니 올해로 꼭 100주년이 된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설립 이후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벤야민, 마르쿠제, 프롬, 크라카우어를 비롯하여 하버마스, 벨머, 오페, 네그트, 호네트, 멘케, 포어스트 등 기라성 같은 학자를 배출했다. 그리고 현재 그 후속 세대가 독일은 물론 한국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어느 한 사상가의 업적을 정리하고, 해석하는 사상가 중심의 학파가 아니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2대 소장이었던 호르크하이머가 제시했던 ‘사회철학에 기초한 학제적 사회연구’라는 연구 방법을 공유한 연구 공동체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학파는 단지 사회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과 자유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현존 사회를 비판하고 대안 사회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사회비판이론’으로 유명하다.

이번 연합학술대회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1부 개막제에서는 “프랑크푸르트학파 100주년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3가지 논문이 발표되었다. 한상진(서울대)은 프랑크푸르트학파를 서구중심주의라는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조명했고, 문성훈(서울여대)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역사를 이성-자유-비판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이시윤(공주대)은 지난 50여 년에 걸친 프랑크푸르트학파 한국 수용 과정을 학문 사회학 관점에서 분석했다.

2부는 분과 발표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철학, 사회학, 정신분석학, 교육학, 문예비평 분야와 관련하여 총 7개 분과에서 27개의 논문이 발표되었고, 이에 대한 논평과 토론이 이어졌다. 철학 분야에서는 자본주의 비판 전략에서부터 인공지능(AI) 시대의 도구적 이성비판을 거쳐, 자유, 민주주의, 사회정의는 물론 돌봄에 이르기까지 현대사회의 핵심적 문제들이 다루어졌다. 사회학 분야에서는 위험사회, 후기 자본주의, 직업으로서의 일과 관련한 비판 이론적 분석이 주요 쟁점이 되었다. 정신분석학 분야에서는 라캉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접목이 시도되었고, 마르쿠제의 현대사회 욕망 분석은 물론 철학 상담의 관점에서 치유의 문제까지 등장했다. 교육학 분야에서는 비판 이론적 교육학과 해방교육, 다문화 교사교육 문제를 다루었고, 문예비평 분야에서는 요즘 크게 주목받는 베냐민과 아도르노의 이론, 크라카우어의 영화이론, 그리고 멘케의 예술론에 관한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지난 10월14일 서울대에서 프랑크푸르트학파 10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에서 발표자들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주최측 제공

프랑크푸르트학파는 1970년대에 한국에 소개되면서 군부독재 시대에 맞서 한국사회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자원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마르크스주의가 진보적 사회비판을 선도하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학파 2세대의 대표자이자, 1990년대 포스트 모더니즘 논쟁에서 모더니즘의 옹호자로 부상했던 하버마스가 1996년 한국을 방문하면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회비판이론이 재조명되었다.

최근에는 프랑크푸르트학파라기보다는 이 학파에 속한 개별적 사상가들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베냐민과 아도르노에 대한 문예비평 분야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학파 3세대인 호네트의 인정 투쟁 이론 역시 꾸준한 관심의 대상이다.

독일 철학자 헤겔의 유명한 경구가 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어야 날갯짓을 한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100년의 역사를 보내면서 항상 현대사회를 비판할 뿐만 아니라, 그 대안을 모색했다. 그리고 이는 항상 한 시대에 황혼이 깃들며 시대의 어둠이 다가오는 위기 상황에 대한 비판적 지식인의 대답이었다.

오늘날의 사회는 한국사회를 비롯하여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세계화로 인한 전 세계적 양극화는 물론 민주주의의 쇠퇴와 권위주의 정권의 등장, 기후 온난화로 인한 파국적 상황, 그리고 각자도생의 길에서 상처받는 삶을 사는 개인들. 오늘날의 시대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회비판 정신이 날갯짓해야 할 황혼의 시대인지 모른다.

그래서 그럴까? 이번 연합학술대회에서는 전문 학술대회치고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되었다. 학자만이 아니라, 대학원생과 대학생, 그리고 일반인들까지 참석하여 대회장을 가득 메웠고, 분과 발표장도 참여 열기로 뜨거웠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시대의 황혼을 느끼며 어둠을 예견한 사람이 많은 듯했다.

문성훈 서울여대 교수(연합학술대회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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