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공매도 규제 '양날의 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공매도 규제가 시작된 것은 과거 개미(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 덕분이었다. 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가 건설사 성도이엔지의 주식을 무차입 공매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개미들이 해당 주식 매수에 나선 것이다. 과도한 주가 변동으로 손해를 볼 것이 뻔한 상황에서도 개미들은 공매도 세력을 물리치겠다는 일념 하나로 집단행동에 나섰고, 우풍금고는 부도를 낸 끝에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당국에서는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기에 이른다.
최근 '공매도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이 공매도 관련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개미의 집단행동 덕분이다. 내년부터 미국에서 일정 규모 이상 공매도를 실행하는 투자자들은 필수적으로 이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해야 하고, SEC는 취합한 자료를 전자공시사이트(EDGAR)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 역시 몇몇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시도했다가 개미들의 반발에 막대한 손해를 보고 물러난 게임스톱·AMC 사건의 영향이다.
하지만 개미들의 목소리가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개미들 특성상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에, 공매도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에 응하기라도 하듯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공매도를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증권 거래량 중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매우 낮은 편이다. 학계에서는 공매도를 금지하면 시장 거래가 위축되는 한편 도리어 변동성은 커진다고 보고 있다.
결국 문제는 공매도 자체가 아니라 증권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도다. 우리나라 증권 시장은 오랜 기간 취약한 지배구조, 과도한 물적 분할 및 자회사 상장, 낮은 배당률 등으로 지적받아온 역사가 있다. 이는 투자자로 하여금 단타·레버리지 등 단기적 차익 실현에만 몰두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근본적 해결책보다는 당장의 여론에 이끌려 만들어진 규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더해 개미 디스카운트까지 만들까 우려된다.
[김대은 증권부 da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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