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국익에 부합하나
다양한 기업활동 중 아마도 가장 전략적 행위인 인수·합병은 피인수 기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사업 또는 시장에 진출해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혹 사업과는 별도로 주요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켜보면서, 과연 그 목적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 인수 계획을 발표한 후, 현재 한국 등 11개국 경쟁당국의 승인은 얻어냈지만 유럽, 미국, 일본 등 남은 3개국 중 어느 하나라도 승인하지 않으면 합병은 불발된다. 이들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객 및 화물 운송 서비스에서의 경쟁 제한 해소를 빌미로 과도한 조치들을 유도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럽에서의 독점 문제 해소를 위해 대한항공은 4개 유럽 노선의 운수권을 티웨이항공에 이관하고 항공기 대여 및 조종사 100명 등 인력 파견, 그리고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분리 매각 등을 담은 시정안을 제출했다.
우려되는 것은 이미 대한항공이 런던 히스로공항에 양사가 확보 중인 총 17개 슬롯 중 7개를 버진애틀랜틱에 양도하기로 했고, 중국의 9개 노선, 165개 슬롯 중 49개를 반납한 가운데, 추가적으로 유럽 노선 및 슬롯 축소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화물 부문까지 매각할 경우, 최초의 인수 계획에서 상정했던 합병 시너지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2021년 유럽·캐나다 간 정기 여객 항공 운송 1, 3위 업체인 에어캐나다와 트랜샛 간의 합병 시도는 합병 승인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슬롯의 경제적 효과가 합병 포기 위약금보다 커지자 결국 위약금을 지불하고 철회한 바는 시사점이 크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은 2021년 매출의 72%, 2022년 48%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사업으로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양도한다 해도, 국내 LCC의 매수 역량은 차치하고 운영 역량 측면에서 국익에 부합할지 의문이다.
소비자의 권익 측면에서의 염려도 있다. 최근 대한항공이 시도했던 마일리지 개편안은 독점 노선의 공제율을 높이고 이를 개편 전 마일리지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하는 것이었는데, 다분히 소비자 권익 침해적이다. 이와 함께 아시아나의 항공 동맹인 스타얼라이언스가 대한항공의 스카이팀보다 가입 항공사 수, 규모, 취항 도시 수, 노선 다양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합병으로 인해 자국 항공사의 항공 동맹이 스카이팀으로 제한되면, 아시아나 고객들은 보유 마일리지 활용 제약에 따른 '재산권' 변동 발생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아시아나항공이라는 국가적 자산의 멸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항공사로서는 최초로 2007년부터 16년 연속 스카이트랙스 5성 항공사로 선정됐고, 2009년에는 ATW 올해의 항공사 상을 수상하는 등 서비스 품질과 역량을 인정받았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이 양사 간 시너지를 정당화할 수 없을 듯한 조건으로 논의되는 것을 보며, 아시아나가 스스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22년 실적 개선을 통해 단기 차입금 7000억원도 상환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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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성 롤랜드버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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