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 때부터 팩트체크 가르치겠다"

문가영 기자(moon31@mk.co.kr), 박윤균 기자(gyun@mk.co.kr) 2023. 10. 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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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 인터뷰
美서 가짜뉴스 판별교육 첫도입
SNS로 정보 읽는 학생들에
출처 확인하는 습관 길러줘야
언론과 협력해 교육과정 마련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가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정규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의무화한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미국 청소년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뉴스를 읽습니다. SNS에서 가짜뉴스가 얼마나 쉽게 만들어지고 확산되는지 다들 알고 있지 않습니까? 하루라도 빨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의무화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18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지난 14일부터 9일 일정으로 50명 규모의 경제사절단과 함께 동아시아를 순방 중인 머피 주지사는 전날 밤 일본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넘어온 직후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마치 사실인 것처럼 게시되지만 결코 신뢰할 수 없는 다양한 영역의 정보가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까지 느꼈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정보 출처를 정확히 확인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인지 판단할 수 있기를 원했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머피 주지사는 지난 1월 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정보문맹 퇴치 교육'을 의무화하는 주(州) 교육법을 통과시켰다. 소위 '가짜뉴스 판별법'을 학교에서 필수과정으로 가르치는 곳은 미국에서 뉴저지주가 처음이다.

현재 주 교육부가 학습표준안을 마련하고 있고, 학교 현장에는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검토 중인 교육 프로그램에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키워주는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사실과 관점과 의견은 어떻게 다른지, 1차 자료와 2차 자료의 차이는 무엇인지, 특정 정보를 사용할 때 경제적·법적·사회적 문제는 없는지 등을 배울 수 있다. 이 밖에 정보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아보고 그 과정이 윤리적인지 판단하는 법,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훈련, 동료 평가 논문과 디지털 도서관 접근법까지 두루 다룬다.

그는 "기자들이 처음 입사했을 때 취재 교육을 받는 것처럼, 뉴저지주 학생들이 어떤 정보를 접했을 때 먼저 '팩트 확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 그 방법까지 알려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뉴저지주는 특히 가짜뉴스 판별법 등 교육과정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언론사와 협력할 계획이다. 머피 주지사는 "주 교육부가 일부 적격한 언론 관계자를 포함한 10~12명 규모의 비공식 자문단체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뉴저지주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머피 주지사는 내다봤다. 그는 "미국 전역에서 처음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의무화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고 다른 주에서도 이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주 정부 간 이와 관련해 다양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다른 주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델라웨어주와 캘리포니아주가 최근 교육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머피 주지사는 작년 초 아시아계 미국인 역사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일리노이주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뉴저지주에서 인구가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 아시아계"라며 "팬데믹 기간에 퍼진 아시아 혐오 정서에 대응하기 위해 주지사로서 목소리를 높였고 관련 법률도 집행했지만 더 장기적이고 부드러운 방법은 교육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음 세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아시아계의 경험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면서 성장하게 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머피 주지사는 한국 기업과 대학 관계자를 두루 만나 '뉴저지주 세일즈'에 나선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박진 외교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치인들과도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윤 대통령과 머피 주지사는 이날 한국과 뉴저지주 간 협력 심화 및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진출 기업들의 원활한 활동을 위한 주 차원의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이에 머피 주지사는 보다 많은 경제협력 기회를 발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머피 주지사는 미국 언론들이 차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하는 유력 정치인이다. 골드만삭스에서 23년간 근무한 금융가 출신으로 이후 뉴저지 주지사 재선에 성공하며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기술 진화를 악용한 가짜뉴스 심각성이 커지면서 이를 판별할 능력을 키우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매일경제는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콘텐츠를 집중 보도하며 언론사로서 가짜뉴스 퇴치에 앞장서 나갈 계획이다.

[문가영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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