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로켓 오발" 팔 "이스라엘, 학살 책임회피 거짓말"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3. 10. 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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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적 참사 속 진실공방
이, 영상사진 공개하며 해명
하마스, 美 책임론까지 거론
스모킹건 나오기 전까지
양측 책임 떠넘기기 이어질 듯

가자지구 소재 알아흘리 아랍병원이 폭발하면서 최소 500명의 환자와 피란민이 숨진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당국이 "병원 폭발은 이스라엘 소행"이라고 발표했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 로켓이 오발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해군 소장은 1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우리 군이 분석한 결과 가자지구 내 테러리스트들이 일제히 사격한 로켓들이 알아흘리 병원이 폭발했을 당시 병원과 아주 가까운 곳을 지나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이날 공식 X에 하마스 대원 둘이 나눈 대화도 공개했다. 감청을 통해 확보했다는 녹취록에는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이 알아흘리 병원에 잘못 떨어졌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IDF 방공망의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병원이 폭발한 17일 알아흘리 병원 기준 동남쪽 일대에서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쪽으로 다수의 로켓이 발사됐고, 그 경로에는 이 병원이 위치해 있다.

IDF가 같은 날 X에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가자지구에서 발사돼 이스라엘 방면으로 향하던 로켓은 섬광과 함께 돌연 궤도를 반대 방향으로 틀더니 잠시 뒤 폭발을 일으킨다.

로켓 모습은 이후 관측되지는 않는데, 5초 뒤 지상에 작은 폭발이 발생했고, 7초 후에는 첫 폭발 지점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더 큰 폭발이 일어난다. IDF에 따르면 큰 폭발이 일어난 곳은 알아흘리 병원 인근이다.

IDF는 그동안 군이 포착한 하마스, 이슬라믹 지하드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로켓 오발 CCTV 영상도 공개했다. IDF는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가자지구 테러리스트들이 이스라엘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발사한 로켓 가운데 약 450발이 가자지구 안쪽으로 떨어져 주민 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밝혔다.

IDF는 드론 사진을 통해서도 이스라엘의 로켓 공격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IDF는 폭발 전후 알아흘리 병원 지대 사진을 제시하면서 로켓 폭발로 인한 '크레이터(구덩이)'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스라엘 '고성능' 로켓은 목표 지점을 타격하면 예외 없이 크레이터가 남는다는 설명이다.

팔레스타인은 정파와 무관하게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나섰다. '주범'으로 지목받은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스라엘 주장을 반박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날 "이스라엘이 평소처럼 거짓말을 조작해 병원 폭격에 따른 잔혹한 학살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이 '알아흘리 병원 주변에 있는 하마스 기지를 이스라엘이 공격했다'고 X에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며 "그 사본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미국 책임론을 들고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마스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는 이날 알자지라 방송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이 이번 이스라엘 공격을 은폐하도록 했다. 미국도 병원 공격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진실게임은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나오기 전까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가자지구 내에서 발생한 폭발이라 지금처럼 이스라엘이 계속해서 해명해야 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최근 유엔의 가자지구 내 피란민 대피용 학교를 공격한 점은 상황을 불리하게 만든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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