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만에 다시 만난 시진핑·푸틴…‘친구’라 부르며 반서방 연대·공조 강화

이종섭 기자 2023. 10. 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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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스푸트니크·AF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개월만에 다시 만나 서로를 ‘친구’로 칭하며 양국간 우호를 과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어수선한 국제정세 속에서 반서방 연대를 고리로 계속된 공조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곧바로 북한을 찾는 등 북·중·러 삼각 밀착 고리도 강화되는 분위기다.

시 주석은 18일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참석 차 중국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장시간 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은 이날 포럼 개막식 연설 직후 가진 양자 회담에서 “친애하는 나의 오랜 친구”라고 칭하며 푸틴 대통령을 맞았다.

이어진 모두 발언에서 시 주석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나는 푸틴 대통령을 42차례 만나 좋은 업무 관계의 깊은 우의를 쌓았다”면서 “강대국의 역할을 구현해 양국 발전과 국제적 공평·정의 수호, 세계 공동 발전에 힘을 보태길 원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도 “시 주석은 세계가 인정하는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며, 진정한 세계 지도자이며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고 시 주석을 추켜세웠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은 지난 3월 시 주석의 방러 회담 이후 7개월만이다. 두 정상은 이날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막식 직후 약 1시간30분에 걸쳐 확대회담을 가진 이후 별도로 단독 회담도 가졌다. 시 주석이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차 방중한 다른 20여명의 정상급 인사들과 연쇄적으로 짧은 만남을 가진 것과 대조적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경제, 금융, 정치, 국제 분야에서 협력 등 양국 간 많은 의제에 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 주석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등 중동 정세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면서, 이날 가자지구 병원에서 폭발이 일어나 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을 두고 “비극이자 인도주의적 재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항상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팔레스타인 주권 국가 설립을 지지해왔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전쟁 발발 이후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이스라엘 편에 서고 있는 것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도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지만 부결됐다. 당시 결의안에 찬성한 중국 측은 “인도적 문제는 정치화돼서는 안 된다”며 “의견 일치에 이르지 못한 점에 막대한 유감을 느낀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서도 시 주석에게 자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경제·무역 협력 강화 방안 등 양국간 현안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논의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수출 등에 있어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북·중·러 3국의 반서방 연대 강화도 제안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회담에 배석했던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회담을 마치고 곧바로 북한으로 향했다. 19일까지 북한에 머물 예정인 라브로프 장관은 최선희 외무상과 회담을 하며 이번 방중 결과를 설명하고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한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방북 초청을 수락한 바 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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