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새 주인찾기 다섯번째 실패

전형민 기자(bromin@mk.co.kr),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2023. 10. 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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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실사 3개월만에 포기
재무구조에 불만 … 자금 '부담'
롯데손보·ABL생명·MG손보 등
보험사 매각 '큰 장' 진행 중
과도한 몸값에 시장은 시큰둥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를 포기했다. KDB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 작업을 진행한 지 3개월 만이다. 당초 지난달 중순까지 최종 인수 여부를 확정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끌어오다가 인수가 최종 무산됐다.

다수 보험사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재무건전성이 불안하거나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인해 시장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보험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의 인수 포기가 롯데손해보험과 ABL생명, MG손해보험 등 다른 생명·손해보험사들의 매각에도 영향을 끼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최근 모로코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KDB생명 인수를 포기한다는 의사를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7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뒤 KDB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실사 작업을 해왔다.

그동안 시장에서 언급됐던 KDB생명 매각가는 2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KDB생명의 취약한 재무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하나금융이 인수 이후 최소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대해 3000억원가량의 추가적인 자금 투입을 검토하면서 잠재 인수사로 거론되는 하나금융의 인수 의지를 거들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는 우리 회사의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에 부합하지 않아 이를 중단하게 됐다"고 전했다.

KDB생명 매각 시도는 벌써 다섯 번째다. 이미 M&A 시장에서 네 번이나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2014년 두 차례, 2016년과 2020년에 한 차례씩 총 네 번에 걸쳐 공개 매각 작업을 벌였지만 모두 무산됐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이익을 높이기 위해 M&A에 뛰어든 것으로 평가되지만 KDB생명의 내실을 강화하기까지는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M&A 시장에서는 보험사들이 잇달아 매물로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큰 장'이 섰다. 이번에 인수가 무산된 KDB생명뿐만아니라 롯데손해보험과 ABL생명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MG손해보험도 예금보험공사를 중심으로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그동안 잠재적 매물이었던 동양생명에 대해서도 매각설이 불붙고 있다. 국내 보험사가 총 19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네 곳 중 한 곳은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거나 잠재적 매물로 평가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M&A 시장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금융 업계에서는 보험 산업의 성장 둔화로 M&A 매력이 떨어졌지만 매물인 보험사들은 몸값을 최대한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온도 차가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 실제 롯데손해보험의 매각 가격은 2조7000억~3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시장에서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올해 처음으로 새 회계 제도(IFRS17)가 보험사 실적에 도입되면서 이를 둘러싼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보험사의 영업 여건 등은 지난해와 같은데 회계 기준 변경으로 갑자기 실적과 재무 상태가 180도 바뀐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의 순이익 규모는 5조2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원 이상 급등했다.

IFRS17은 보험 계약의 예상 장래 이익을 우선 부채로 잡은 뒤 이를 상각하면서 점차 수익으로 인식하는 '발생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비용으로 인식되는 신계약비 이연 기간이 기존 7년에서 보험 기간으로 확대됨에 따라 당기비용이 감소하는 구조다. 또 보험 계약 이자비용이 기존 보험손익에서 투자손익으로 바뀌면서 보험손익이 증가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커지자 보험사별 계리적 가정 산출 기준을 통일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다음달 발표될 보험사들의 3분기 실적에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처음 적용될 예정이지만 당장 추세적 실적 비교에는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형민 기자 / 유준호 기자 /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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