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인권유린" 프랑스 K-팝 공연 인종 차별 피해자, 직접 입 열어

허지영 기자 2023. 10. 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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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카운트다운 인 프랑스' 공연 이미지 / 사진=CJ ENM
[서울경제]

음악 방송 프로그램 Mnet '엠카운트다운'(이하, 엠카)의 프랑스 파리 현지 공연 현장에서 인종차별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현지에서 피해를 입은 누리꾼이 등장해 직접 상황을 설명했다.

18일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는 "이번 프랑스 엠카운트다운에서 보안 직원 여러 명에게 제압되어 퇴장 당한 영상 속 본인이다"로 시작하는 긴 글이 올라왔다.

앞서 전날인 17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엠카 프랑스 파리 공연 현장에서 현지 보안 요원들이 관객을 제지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보안 요원이 동양인 남성을 대상으로 과격한 진압을 벌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자신을 영상 속 남자라고 밝힌 누리꾼은 "해당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파장이 커지다 보니 당사자로서 당시 상황과 피해자의 입장을 가감 없이 적어 공유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입국 후 내용을 정리해 적어본다"라고 밝혔다.

누리꾼은 "당시 저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촬영하고자 촬영 장비(카메라)를 소지하고 입장했다. 입장 시 짐 검사에서 카메라가 있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제지나 안내가 없었으며, 현장에서 또한 카메라 반입 및 촬영이 안 된다는 어떠한 공지사항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본 공연이 시작되어 저는 카메라가 가방 속에 있는 채로 공연을 관람했고, 그러던 중 보안 직원 여러 명이 뒤에서 가방을 열어보라고 했다. 이를 거부하자 저를 바닥으로 강하게 밀쳤고 제가 넘어진 상태에서 가방을 강제로 열어 카메라를 가져가려고 했다"며 "해당 카메라의 파손이 우려되어 막으려 시도하자 다른 보안 직원이 넘어져서 일어나지도 못한 상황에서 제 목을 조르며 움직이지 못하게 짓눌렀다"고 증언했다.

누리꾼은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제압 당한 사실에 대해 대사관과 현지 경찰로 연락하려 하자 바로 휴대폰을 빼앗겼다. 목이 졸려 바닥에 제압 당해 있던 저를 무릎으로 누르고 팔을 꺾어 테러범을 연행하듯 이동하였고 그 과정에서 옆에 있던 제 여성 지인이 상황을 목격하여 중재하러 오자 같이 연행했다"며 "그분은 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부적절하고 과도한 몸 수색까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장 밖으로 쫓겨났을 때는 저처럼 제압 당해 끌려온 동양인만 있었다. 인원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휴대폰을 모두 걷어 가운데 두게 했고 당시 상황을 신고하거나 촬영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벽에 몸을 붙여 가운데로 가거나 모일 수 없도록 했고 심지어는 벽을 보고 서로 대화마저 하지 못하게 하는 등 공연을 보는 관람객이 당했다기에는 믿을 수 없는 인권 유린도 발생됐다"고 전했다.

해당 누리꾼은 "저는 이번 일로 카메라 파손과 메모리 카드 파손 및 분실,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받았으며 이번 일이 이슈화됨에 따라 원치 않던 얼굴 공개와 더불어 제가 받은 명백한 피해에 관하여 뉴스 댓글 및 일부 커뮤니티에서 추측성 글들이 올라와 2차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와 같은 이유로 저는 현재 힘겹게 귀국한 후에도 해당 사건의 후폭풍 및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공연장이나 콘서트에서의 카메라의 반입에 관해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다만 범법 행위나 테러 등 주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큰 문제가 아닌 카메라 소지라는 개인적인 상황에서 불합리한 요구를 받고 수색을 당하며 실제 소지했을 경우 이를 근거로 삼아 인권 유린적이고 폭력적인 피해를 받아도 되는 지는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일로 대두되고 있는 인종 차별 문제에 관하여 분명히 말씀드릴 내용은, 현장에서 소위 말하는 '대포' 카메라를 소지 및 촬영하는 서양인들이 다수 목격됐으나 제지나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갔으며 실제로 퇴장 당한 인원 중 서양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CJ ENM 측은 17일 "전문가용 카메라 반입 및 촬영은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금지하는 규정으로, 우리 측 역시 이를 따라 사전에 공식 채널을 통해 금지사항을 안내했다.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진행된 기존 행사도 동일한 규정으로 진행된 사항"이라며 "(규정을 어긴 관객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시큐리티 업체 관계자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는지 여부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동양인만 선택적으로 검열했다’는 동일한 증언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서 나온 만큼, CJ ENM 측이 책임지고 사과를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허지영 기자 he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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