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넷제로와 한국의 도약 (6) 토지황폐화중립은 기회

2023. 10. 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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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3대 환경협약을 갖고 있다. 기후변화협약(UNFCCC)과 사막화방지협약(UNCCD), 생물다양성협약(UNCBD)이 그것이다. 그중 하나인 UNCCD는 육지의 황폐화 방지를 위해 1994년 채택됐고, 2015년 '2030년까지 사막화를 방지하고 황폐화된 토지를 복원하는 토지황폐화중립(LDN)'을 공식 채택했다. 이어 2021년에 열린 UNFCCC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각국 정상들이 산림 손실과 토지 황폐화 방지, 복원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산림 및 토지 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선언'을 발표했다.

이런 일련의 활동을 거치며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자연 기반 해법으로 토지 기반 해결책이 강조됨에 따라 LDN을 주관하는 UNCCD의 역할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지구촌 이슈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방안으로 UNCCD의 역할과 LDN의 중요성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UNCCD COP16을 유치해 2024년 12월 리야드에서 개최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넷제로 실천을 위한 LDN 실현을 위해서는 레빈(Lewin)의 변화 단계론을 적용시켜 볼 수 있다. 레빈은 변화 과정을 해빙(unfreezing)-변화(moving)-재동결(refreezing)로 풀어낸다. 넷제로 측면에서 보면 파리협약을 통해 범지구적 비전 제시와 공감대 형성이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해빙' 단계는 지나갔다.

이어 탄소중립(CN) 실현을 위한 국가와 기업의 노력이 실질적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온실가스 문제가 앞으로 지구인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해결된다 하더라도 기후위기의 큰 근원인 땅의 황폐화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기 문제는 언제라도 재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산업사회 이전 단계로의 지구 온도 감축'이라는 변환을 확실하게 '재동결'하려면 LDN이 반드시 필요하다.

LDN에 대해서는 한국이 그 개념 정립부터 많은 공헌을 했다. LDN 실행력에 대해서도 큰 인정을 받고 있다. 2011년 창원에서 개최된 UNCCD COP10에서 채택된 '창원 이니셔티브'가 LDN을 제안한 것이 한 사례다. 그 제안은 사막화 방지를 위해 출범한 UNCCD의 미션과 정체성 확립에 주요 역할을 했다. UNCCD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토지 황폐화 방지를 위한 한국, 특히 산림청 노력이 잘 소개돼 있다.

UNFCCC 주관의 CN 활동을 보면 실익은 유럽 국가와 기업이 챙기고, 한국은 압박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비해 UNCCD가 주관하는 LDN 활동에서는 한국이 개념 제안과 정립, 실현에 있어서 남다른 공헌을 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마침 UNCCD가 LDN을 비유럽권에서 주도하기를 은근히 원하고 있다. 그 주관기구도 아시아에 두고 싶어한다. 우리에게 기회가 왔다. 우리가 LDN을 주도하는 인프라스트럭처를 잘 준비하고 실행하면 경제 발전을 도모하고 국가 위상도 높이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박원우 서울대 경영대 교수·GEC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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